수치심은 자신의 결점 때문에 사람들에게 거부당할 것이라고 믿는 고통스러운 감정이다. 수치심에 대한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몸매, 말투, 경제력, 주름살, 질병, 옷 사이즈, 삶의 방식 등 자신의 모든 것에 대해 느낄 수 있다. 미국 시인 번 러살라는 ‘수치심’이란 시에서 “자신이 사는 곳을 부끄러워하고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것, 이것이 수치심이다/ 글을 읽을 줄 모르면서도 읽을 줄 아는 척하는 것, 이것이 수치심이다”라고 말했다.

2009년 국내 개봉한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는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영화다. 영화는 글을 읽지 못하는 여인과 그녀를 사랑한 남자의 비극적인 사랑과 인생을 담았지만, 남녀의 사랑보다 수치심이 사람에게 얼마나 부정적인 힘으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1966년,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을 감시하는 교도관으로 일을 했던 한나는 전범재판소에 선다. 같이 기소된 다른 전범들은 ‘이 일은 모두 한나가 보고서로 지시하고 서명한 일이었다’고 모함한다. 재판관이 보고서의 글씨체를 확인하기 위해 한나에게 글을 써보라고 한다.

그러나 억울함을 호소하던 한나는 문맹을 감추려고 자신이 보고서를 썼다고 거짓 증언을 한다. 결국 한나는 수많은 사람의 저주를 들으며 무기징역형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녀를 평생 사랑했던 마이클은 그녀가 문맹이란 사실을 알리고 감형을 받게 할 수 있지만, 비밀을 지켜준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나는 왜 이 모양일까”란 질문은 삶을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된다.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 견딜 수 없어”라고 여기는 것이 수치심이다.

반면 자신의 약점을 딛고 더 행복한 삶을 찾은 사람들도 있다. 얼마 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2’에서 양원초등학교에서 공부하는 만학도들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한글을 몰라 은행에 가서 돈 찾는 일도 어려워 남의 손을 빌려야 했고 외식도 편하게 하지 못했던 노부부가 지금은 카페에서 어려운 음료도 주문해서 마시며 공부하는 모습이 나왔다. 서로의 이름을 적으며 “나를 살아가게 하는 사람” “지금까지 이 사람 때문에 살았다”고 말하는 노부부의 모습에서 울컥했다.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인생의 행복과 불행이 정해지는 듯하다. 끝까지 문맹을 부끄러워했던 영화 속 한나는 출소를 앞두고 생을 달리했지만, 똑같이 글을 몰라 온갖 고생을 한 양원초등학교 만학도들은 인생을 바꿨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해 수치심의 힘을 긍정적으로 발휘했다.

우리는 누구나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 같고, 남들에게 거부당하고, 어딘가에 소속될 가치가 없다는 느낌이 들 때 우리는 수치심을 느낀다. 수치심은 단절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수치심이란 거미줄에 갇히면 비난과 단절감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단절감이 깊어져 고립감으로 바뀌면 마음의 병이 생긴다.

미국 휴스턴대 브레네 브라운 박사는 평생 수치심에 대해 연구를 해온 심리학자이다. 그는 사람에게 ‘관계’가 중요한 이상, 단절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는 수치심은 영원히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누구나 수치심 회복 탄력성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수치심 회복 탄력성이란 우리가 수치심을 느낄 때 그 감정을 인식하고, 수치심을 일으킨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렇게 의식적으로 수치심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더욱 의미 있고 단단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브레네 브라운의 ‘수치심 권하는 사회’ 중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또 하나님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맥스 루케이도의 ‘너는 특별하단다’에서처럼 우린 서로에게 별표(호감)나 점표(비호감)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서로의 잘하는 것을 칭찬하기도 하지만 못하거나 부족해 보이는 부분을 보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로 인해 상처를 주고받는다.

사람들의 말에 겁을 먹고 주춤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노력’하는 자세이고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마음이다.

이지현 뉴콘텐츠부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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