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늦가을 빈 하늘에
철새들이 나타났다

일렬종대의 빠른 울음.

빨리빨리 울며, 철새들이
입에 물었던 길
하나씩 던진다

떨어져 온다
그 길

낮게 낮게 세상의 이마 위에
떨어져 온다

강은교의 ‘벽 속의 편지’ 중

‘벽 속의 편지’라는 제목의 시집에는 같은 이름을 내건 시가 20여편 실려 있다. 저 위에 적힌 시도 그중 하나다. 제목 아래에는 ‘늦가을 빈 하늘에’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시인은 이 작품에서 해마다 이맘때면 하늘을 가로질러 어딘가로 향하는 철새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날아가는 새들은 울면서 “입에 물었던 길”을 떨어뜨리는데, 우리는 이들 철새의 여정을 체감할 수 없으니 겨우 짐작할 뿐이다. 아마도 새들이 “입에 물었던 길”은 온 힘을 다해 날갯짓해야 했던 고통의 길이었을 게다. 올가을, 창공을 가로지르는 철새들을 본다면 저 시를 떠올려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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