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연남동 연희동 익선동 부암동 상수동…. 이들 동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우선 떠오르는 건 세 가지다. ①최근 10년 사이에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했다. ②강북에 있다. ③젠트리피케이션을 경험했거나 이 현상의 전조가 감지되는 곳이다.

그렇다면 이들 지역을 ‘뜨는’ 동네로 만든 주인공은 누구인가. 정답은 바로 밀레니얼 세대(이하 밀레니얼)다. 밀레니얼은 1982~2000년 사이에 태어난 청년들을 일컫는데, 이들의 특징을 분석한 글은 차고 넘친다. 밀레니얼은 “비주류적인 생산과 소비 활동”을 즐기고 평생직장에 목매지 않으며 자영업 진출률이 높다. ‘흔들리는 서울의 골목길’은 이런 특징을 지닌 밀레니얼이 바꿔놓는 서울의 골목길 풍경을 꼼꼼하게 들여다본 신간이다.

저자는 15년간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도시개발과 관련된 갖가지 연구에 가담했고, 2016년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도시와 커뮤니티 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는 경신원씨다. 그가 초점을 맞추는 지역은 이태원. 과거 이태원은 벽안의 외국인과 ‘짝퉁’ 브랜드를 사려는 청소년이 찾는 음습한 공간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스타일이 있는 삶”을 좇는 청년들의 동네로 거듭났다.

문제는 이태원에서 빠른 속도로 펼쳐지고 있는 상권의 흥망성쇠다. 이태원 일대에서 가장 ‘핫한’ 지역은 이태원1동→경리단길→해방촌→후암동 순으로 빠르게 바뀌었다. 골목길의 성공신화처럼 떠받들어지던 경리단길에는 요즘 빈 점포가 한두 곳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이들은 높아진 임대료 탓일 거라고 넘겨짚는다.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개성 넘치는 가게들이 이웃 동네로 옮겨가고, 자연스럽게 핫플레이스도 바뀌었다고 여긴다. 하지만 저자의 대답은 다르다. “새롭게 뜨는 핫플레이스를 찾아 헤매는, 도시 공간을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밀레니얼의 소비 행태” 때문이라는 거다. 저자는 이태원 골목길을 변화시킨 소상공인을 만나고,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각종 데이터를 그러모아 인상적인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런 당부는 주목할 만하다.

“서울의 골목길이 누구보다 앞서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남들과 다르고 싶은 우리의 욕망으로 인해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처럼 소모되고 있다. …서울의 모든 골목길이 핫할 필요는 없다. 내가 익숙하고 편안한 그 골목길이, 그 가게가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기다려주고 애정을 가져주자. 우리가 진심으로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에 ‘100년 가게’의 꿈을 꾼다면 말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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