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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의구] 30페소 민생 시위


칠레는 남미 최부국이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추정치가 1만5399달러로 세계 41위 수준이고, 2010년 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됐다. 2003년 우리나라가 최초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상대국이기도 하다.

그런 칠레가 민생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발단은 수도 산티아고의 지하철 요금 문제였다. 칠레 정부는 지난달 6일 유가 상승 등을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러시아워 기준 800페소에서 830페소로 인상했다. 30페소(약 50원)는 칠레의 1인당 국민소득과 비교하면 감내하지 못할 게 없는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활 물가고와 잦은 공공요금 인상에 불만을 갖고 있던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극심한 빈부격차도 작용했다.

시위는 방화와 약탈로 악화됐다.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 통행금지를 발령했지만 시위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지난달 25일에는 1980년대 피노체트 독재정권 시절 이후 최대 규모라는 100만명 이상이 거리로 쏟아졌다.

중동 국가 레바논도 대규모 시위 사태를 겪고 있다. 레바논 시위는 하루 20센트의 세금이 촉발했다. 레바논 정부는 지난달 17일 국민들이 많이 쓰는 와츠앱을 비롯한 휴대전화 메신저에 일일 20센트씩의 세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레바논은 국가부채가 연간 GDP의 150%나 되고, 35세 미만 청년층의 실업률이 37%나 된다. 경제에 더 부담을 준 것은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난민 문제였다. 레바논은 4명 중 1명이 난민으로 난민비율이 세계 최고다. 레바논 정부가 와츠앱 세금을 철회했지만 시위가 진정되지 않아 결국 총리가 사퇴했다.

칠레 시위 여파로 이번 달에 열릴 예정이던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취소됐다. 칠레로서는 국가 망신이다. 사태를 악화시킨 데는 정부의 ‘불통’도 한몫했다. 교통장관은 “산티아고 지하철요금은 오히려 싼 수준”이라고 주장했고, 경제장관은 “피크타임 할증을 피하려면 더 일찍 일어나라”고 말해 기름을 부었다. 민생과 직결되는 사안은 액수의 크기를 떠나 매우 민감하다. 우리도 소고기 수입 문제로 대대적인 촛불시위를 겪었다. 사소해 보이더라도 민생 문제는 결코 허투루 볼 게 아니다. 수북이 쌓인 민생 의안을 국회가 소홀히 대접해선 안 된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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