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적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영화) 본 사람만 평점 달 수 있으면 좋겠네요. 남자를 조롱한 것도 아니고 여성의 삶을 나타낸 영화인데, 왜 성별에 대한 비하와 악플을 다는지 모르겠네요.”(tjdp****)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페이지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이다. 무려 2만2000여명이 공감을 표했다. 반면 1만4000여명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영화를 둘러싼 성별 간의 팽팽한 갈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82년생 김지영’은 8일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관객몰이를 했다. 2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230만명에 육박한다. 이 같은 흥행을 견인한 건 공감의 힘이었다. 실관람객 사이에서 “내 얘기 같았다”거나 “보는 내내 엄마 생각이 나서 울었다”는 식의 호평이 줄을 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의 실관람객 평점은 고공행진 중이다.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은 9.46점에 달하고, 각 극장사 사이트 평점도 대체로 높다. CGV가 실관람객 대상으로 측정한 골든에그 지수는 96%, 롯데시네마에서 티켓을 예매한 관객들이 매긴 평점은 9.2점을 각각 기록했다.

네이버 영화 평점 페이지 캡처. 성별 간 갈등이 극심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네티즌 평균 평점은 남성이 2.56점, 여성이 9.52점으로 첨예하게 갈렸다.

문제는 네티즌 평점이다. 관람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사이트 회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네티즌 평점은 ‘평점 테러’의 장이 되곤 하는데,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인 ‘82년생 김지영’의 경우 그 강도가 더 심했다. 반감을 가진 이들이 ‘0점’ 폭격을 가하면서 네티즌 평점은 6.44점으로 떨어졌다.

이처럼 포털 사이트의 평점 책정 방식에는 적잖은 맹점이 엿보인다. 영화를 보지도 않은 채 기분 내키는 대로 점수를 매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반 관객들이 작품 정보를 찾아볼 때 가장 손쉽게 택하는 방법이 포털 사이트 검색이라는 점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부정확한 내용이 전달될 우려가 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평론이 무너진 시대에, 대중의 소리가 평가 기준이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온라인 평점 제도가 도입된 취지나 방향성은 옳다고 본다”면서도 “정치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콘텐츠를 멋대로 재단하고 불합리하게 대중을 호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자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검색 결과창에 네티즌 평점이 아닌 관람객 평점과 전문가 평점을 노출시킨다. 관람객 평점은 해당 사이트를 통해 예매한 관객을 대상으로 하고, 전문가 평점도 몇몇 평론가와 영화지 기자들이 매겨 포괄적이지 않다는 단점이 있으나 네티즌 평점보다는 신뢰도가 높다.

김 평론가는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평점 테러는 일부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방식으로 보인다. 영화 자체를 평가하는 평점 제도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도적인 해결책이 아직 뚜렷하게 제시되진 않은 상태이나, 개개인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