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종순 (29) 꽃길도 고생길도 아닌 ‘정도목회’의 길

정도를 벗어나면 목회 오래가지 못해 푯대인 주님 바라보고 바른길 걸어야

박종순 목사 성역 40주년 '기념 논문집 출판기념회 및 헌정식'에 참석한 충목회 회원들이 2006년 서울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1976년부터 2010년까지 34년, 충신교회에서 목회했던 기간이다. 그동안 교회를 섬긴 걸 생각하면 감사하는 마음이 앞선다. 좋은 교인을 만났다. 공부를 많이 한 목사도 아니었는데 교인들은 나를 따랐고 함께 신앙을 키웠다. 사랑을 주고 기도로 조력했다. 긴 세월 따뜻한 사랑을 준 교인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교회의 그늘에 머물게 해준 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반면 후회스러운 마음도 크다. 도량이 컸다면 교회를 더 성장시킬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나는 굳은 목회철학을 세우고 흔들리지 않는 목회를 했다. 목회자가 흔들리지 않아야 교인들이 신앙 안에 바로 선다.

‘정도 목회’를 강조했다. 위임 목사가 되는 후배나 제자들에게 한자로 ‘正道 牧會’라는 휘호를 써서 선물하곤 한다. 무슨 뜻인지 몰라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이도 있었지만 받자마자 “바르게 하겠습니다”라고 인사하는 이들도 있었다.

목회하다 보면 수많은 갈림길을 만난다. 대체로 편한 길과 고생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꽃길만 걷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단명하기 쉽다. 고생길로만 가는 것도 답이 아니다. 정도 목회의 길을 찾아야 한다. 지혜가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목사의 삶과 신앙이 바로 서 있어야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나 창의력, 톡톡 튀는 이벤트를 통해 재미있는 목회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정도를 벗어나면 오래 못 간다. 옳은 것은 바로 밀고 나가고, 옳지 않은 것은 성공과 행운이 손짓해도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이 정도 목회의 출발점이다. 푯대인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고 바른길을 걷는 것, 이것이 정도 목회의 종착점이 돼야 한다.

‘화해 목회’도 나의 목회철학 중 하나다. 교회들이 분규나 분란, 갈등에 빠지는 건 대부분 중직자들이 원인을 제공해서다. 욕심이 앞서면 싸움이 시작된다. 평소 교회든 총회든 봉사기관이든 연합기관이든 모두 화해와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이끌어야 한다는 소신이 있다.

의외로 이 방법은 쉽다. 사욕을 버린 뒤 섬기겠다고 각오하는 것이다. 내려놓고 내가 죽으면 평화와 화해가 찾아온다. 할 말 다 해서는 갈등만 있을 뿐이다. 뒤끝 없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다혈질이다. 본인에게는 뒤끝이 없을 수 있지만 수시로 다툼의 씨앗을 심는 사람이다. 뒤끝을 키우는 셈이다.

나무를 키우면 집을 지을 수 있다. 사람을 키우면 교회를 짓고 역사를 세운다. 사람을 키우는 목회에도 관심이 컸다. ‘키울 수 있을 때까지 키우자’고 다짐했다. 유학을 지원했을 때도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도왔다. 한때 비슷한 또래의 충신교회 부교역자 출신 세 명이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함께 공부하며 해석학과 교회사, 선교학 박사학위를 받은 일도 있다.

나와 함께 사역했던 후배와 제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 충목회다. 회원이 250여명을 넘어섰다. 가장 중요한 건 ‘쓸모 있는 나무’를 찾는 데 있다. 찔레나 엉겅퀴는 100년을 키워도 잡목이다. 좋은 나무를 찾았다면 꾸준히 키워야 한다. 이들이 결국 한국교회 다음세대를 견인하는 지도자가 되기 때문이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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