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세종병원 유재석 과장팀이 가슴을 열지 않고 3D내시경으로 구현된 입체 영상을 보며 최소침습 심장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부천 세종병원 제공

수년 전 심장으로 통하는 큰 혈관에 문제가 생기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진단받은 이모(70·여)씨. 그간 약물만 복용해 오다 최근 숨 찬 증상이 더 심해져 보건복지부 지정 국내 유일 심장 전문병원인 부천 세종병원을 찾았다. 심장 큰 혈관의 피 역류를 막는 판막이 좁아지고 낡아 판막을 교체하는 수술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고령의 환자에게 가슴뼈를 열고 하는 수술은 망서려질 수 밖에 없었다. 심장내과, 흉부외과 전문의로 구성된 통합심장진료팀은 이씨의 체형과 건강상태, 검사소견 등을 종합한 결과 흉골을 크게 열지않고 3차원(D)내시경을 이용해 최소한의 절개로 수술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해당 수술을 받고 5일 만에 퇴원해 현재 추적 관찰중이다. 이씨는 “수술 권유를 받고 두려운 마음이 컸는데, 다행히 가슴을 열지않고 수술을 하게 돼 상처도 작고 회복이 빨라 만족스럽다”고 했다.

절개 부위를 최소로 해 손상을 최대한 줄이는 시술이나 수술 방식은 최근 의료계 각 분야에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상처와 흉터, 통증, 합병증이 적고 회복이나 일상생활로 복귀가 빨라서 환자들에게 선호된다.

가슴 한 가운데 뼈를 크게 절개하고 의사가 손으로 병든 부위를 직접 만지며 수술하는 방법이 정석으로 여겨졌던 심장 분야에도 이런 ‘최소침습’ 방식이 적극 시도되고 있다.

부천 세종병원 흉부외과 유재석 과장은 4일 “최근 미디어나 입소문을 통해 최소침습 수술을 접하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처음 도입했을 때 심장수술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도 안됐는데, 이제는 50%가량을 최소침습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장 판막은 심장 내에서 혈류(피흐름)가 한 방향으로만 진행하게 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 판막이 좁아지거나 망가지면 피가 거꾸로 흐르는 문제가 생긴다. 판막이 심하게 망가졌다면 심장에 증가된 압력이나 혈류량이 부담을 줘 결국 심장이 지치게 되는 심부전으로 진행된다. 심장이 더 지치기 전에 수술로 교정해 줘야 한다.

심장 판막질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게 대동맥판막협착증인데, 고령화로 환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대동맥 판막은 심장 박동으로 피를 뿜어내는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동맥판막협착증 진료 환자는 1만3787명으로 2014년(8129명) 보다 69.6%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60대 이상이 90% 넘게 차지했다. 나이들수록 심장 판막도 낡아 문제가 생길 소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유 과장은 “사람의 심장은 태어나서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뛰는 장기이고 판막은 심장 박동에 따라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한다. 종이처럼 얇은 판막이 지속적으로 열리고 닫히기를 되풀이하며 마찰과 압력에 의해 마모되고 굳은 살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당연히 많이 쓸수록, 높은 압력을 받을수록 빨리 손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고령화와 함께 고혈압, 고지혈증 등도 판막 손상의 원인이 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치료는 병들고 낡은 판막을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것인데, 타비(TAVI·경피적대동맥판막삽입술)시술과 수술적 방법이 있다. 타비 시술도 가슴뼈를 열지않는 최소침습 방식이다. 다만 가슴 부위가 아니라 넓적다리 혈관(대퇴부동맥)을 통해 새 판막을 집어넣어 심장까지 밀어올린 뒤 망가진 판막 부위에서 펼쳐 고정시킨다.

원래 수술이 어려운 고령이나 고위험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으나 수술 보다 간단하다는 장점 때문에 비교적 젊고 위험성이 높지 않은 환자들에게로 대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타비 시술에 쓰이는 ‘조직 판막(소 심낭으로 만듦)’의 수명이 10년 정도로 짧다는 점이다. 수술에 사용되는 건 20년으로 배 이상 길다. 기대수명이 점차 길어지고 고령화 현실을 감안하면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교체해야 하는 게 단점이다.

타비를 적용할 수 없는 경우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대동맥은 혈압이 높은 혈관이라 이를 꿰매고 피를 지혈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의사가 직접 손으로 만지지 않으면 불안한 부위다. 그런데 3D내시경 대동맥판막교체 수술은 손으로 만지지 않고 3D내시경으로 구현된 고해상도 입체 영상을 보며 긴 수술 기구를 이용해 조작하고 봉합하는 과정을 거친다.

기존 개흉 수술은 목에서 명치까지 가슴 가운데 뼈(정중 흉골)를 위에서 아래로 15~20㎝ 가량 절개해 열어젖힌 뒤 집도한다.

반면 3D내시경을 이용한 최소침습 방식은 오른쪽 갈비뼈 사이 근육을 4~5㎝ 정도만 절개해 수술한다. 절개 부위가 작아 의사 손이 들어가지 않는다. 의사는 3D내시경 화면을 보면서 수술도구를 조작한다. 그만큼 의사의 숙련도와 노하우가 요구된다. 최소침습 심장수술 중에서 최고난도에 속한다. 유 과장은 “직접 손이 닿지 않기 때문에 수술 도구를 이용해 섬세한 조작이나 실을 매듭하는 등의 동작이 익숙해지기까지 어느 정도 숙련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병원은 2017년 국내 최초로 3D내시경을 이용한 최소침습 심장수술을 도입했다. 세종병원 외에는 대학병원 4~5곳 정도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유 과장은 최근까지 이 방식의 심장수술 120건을 시행했다. 승모판막(좌심방과 좌심실 사이 판막)성형 및 교체, 삼첨판 판막(우심방과 우심실 사이 판막)교체 수술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9월 이런 수술보다 더 까다로운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판막 교체를 3D내시경으로 국내 처음 시도해 성공했다. 유 과장은 “단순히 최소 절개라는 장점만으로 선택해선 안되고 경험많고 시스템이 갖춰진 전문센터에서 수술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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