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발전은 변혁을 통해 이뤄진다. 애벌레가 부화해 나비가 되듯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낡은 틀을 벗어나야만 한다. 그것이 자연의 진리이다. 그러나 사회 변혁이 쉽지만은 않다. 낡은 틀이라는 기득권의 포기가 변혁의 전제조건이자 동력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변혁의 동력을 유지하고 있을까.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자산 10억 달러 이상 보유자 중 상속자 비율은 우리나라가 74.1%로 미국(28.9%), 일본(18.5%)보다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부의 대물림, 기득권의 고착화가 심각해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한동안 지면을 장식했던 채용비리와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보여줬던 대입 문제는 우리나라 기득권층의 지위가 공고해져 가고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갈수록 좁아지는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산업계에도 기득권이 존재한다. 우리의 기존 산업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동안 다른 나라에서는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미국의 우버, 중국의 디디츄싱은 새로운 운송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우리의 공유차 서비스는 이해관계자의 반발에 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는 QR코드를 활용한 위챗머니가 노점에서도 사용될 정도로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은 반면, 우리 금융서비스산업의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오늘날은 과거의 경쟁 우위가 내일에는 보장되지 않는 시대이다. 세계 500대 기업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에 속한 기업이 S&P 500의 규모를 유지하는 평균 기간이 1950년대 말 55년에서 2020년에는 10년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2008년 세계 시가총액 상위 5대 기업 중에서 10여년이 지난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만이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이런 변화의 시대에 새로운 산업의 출현과 계층 상승을 가능케 하는 공정경쟁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다. 아마존의 성장과 반스앤노블의 몰락은 공정경쟁이 가능한 사회의 역동성과 희망을 잘 보여준다. 1999년 매출액 10억원 남짓이었던 신생기업 아마존은 당시 오프라인 서점 업계 1위 기업이었던 반스앤노블에 특허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반스앤노블이 아마존의 특허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선고했다. 이 소송을 계기로 아마존은 오늘날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반면, 산업구조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반스앤노블은 최근 매각을 검토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지식재산은 공정경쟁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지식재산 제도하에서 새로운 것을 발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독점적 권리를 갖게 된다. 빈부에 따라 권리 기간이 달라지지도 않고, 출신학교에 따라 보호 수준에 차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중소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도 대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과 보호 범위에 차별이 없다. 지식재산 제도는 모두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울어짐 없는 공평한 운동장이 되어준다. 이를 통해 개인의 창의성이 발휘되고, 변화의 시기에 사회 내부의 잠재된 에너지를 사회 발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우리는 변혁의 시대에 서 있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인류가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인간에게 승리를 거둔 알파고는 벌써 빛바랜 뉴스가 돼버렸다. 캘리포니아 길거리에는 몇 년째 자율주행차들이 시범운행 중이다. 페이스북, 구글 등의 기업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고객의 성향, 소비 패턴을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필요하다. 기득권을 고집하며 시대 변화의 흐름을 사회 개혁과 산업 혁신의 기회로 활용하지 못했던 아픈 역사를 우리는 다시 되풀이할 수 없다.

변화의 시대를 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어떤 사회 시스템을 갖춰야 할까. 우리는 개인 능력과 노력에 따라 기회가 주어지고 꿈을 이뤄 갈 수 있는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공정경쟁을 가능케 하는 그런 사회체제의 중심에 지식재산이 있다. 지식재산을 통해 변혁의 시대를 선도하는 국가, 대한민국을 꿈꿔 본다.

천세창 특허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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