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은 2020년 4월 15일이다. 불과 5개월여 앞인데도 의원 정수(定數),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 및 선출 방식, 선거구(지역구) 획정 등 총선의 기본 규칙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내년 총선을 새 선거제도로 치를 수 있을지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선거 룰인 선거제 개정은 정당마다 이해관계와 셈법이 달라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 오죽하면 개헌보다도 더 어렵다는 말이 나왔을까.

여야 4당이 합의한 개정 공직선거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에 따라 이달 27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다. 지역구를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되 권역별 50%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를 도입하는 게 뼈대다.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해 여야가 다른 방안에 합의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이 법안이 다음 달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높다. 패스트트랙 법안의 의결정족수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지만 개정 선거법의 앞날은 오리무중이다. 야권의 정치 지형이 바뀌었고 무엇보다도 제1야당인 한국당이 결사 반대하고 있어서다.

선거법 논의가 표류하지 않으려면 이 시점에서 개정 취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현행 선거제는 20대 국회에서 확인됐듯이 정당지지율(득표율)과 의석수 간 괴리가 크고 사표(死票)가 많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5년 국회에 선거제를 ‘지역구 200석·비례 100석+권역별 비례대표제’로 개편할 것을 제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선거법이 민의를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비례성과 대표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선거제도는 게임의 규칙이라 원내 정당들의 합의로 바꾸는 게 최선이다. 그런데 한국당은 의원 정수를 270명으로 줄여 모두 지역구에서 선출하자고 한다. 비례성 확대라는 개정 취지에 반하고 여야 4당의 추진 방향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주장이다. 선거제 개혁은 지지 기반이 확실한 거대 양당이 실력(지지율)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유권자의 민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정당들이 민심을 두려워하고 국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높일 정책 개발에 더 관심을 쏟게 된다.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깨뜨리고 국회의 체질을 바꿀 절호의 기회인데, 끝내 합의가 안 되면 어떻게 하나.

라동철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