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교통사고로 뇌졸중과 뇌출혈을 겪은 뒤 아무 이유 없이 수시로 웃음이 터졌다. 진지해야 할 상황에서도 갑작스럽게 터져 나오는 웃음은 하루에 두 번 이상, 길게는 10분가량 지속됐다. A씨는 웃는 와중에도 “내가 도대체 왜 웃고 있지”라며 당혹감을 느꼈다. 결국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인기피증이 생겼다. 스트레스가 컸던 A씨는 병원에 입원까지 하며 약물과 뇌 자극 치료를 병행했다. 그 결과 웃음의 빈도는 1주일에 한두 차례로 줄었다.

A씨는 최근 개봉한 영화 ‘조커’의 주인공 아서 플렉처럼 ‘병적 웃음(pathologic laughing)’을 앓고 있는 사례다. A씨처럼 병적 웃음으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는 뇌 질환 환자들은 사회적으로 쉽게 고립된다. 분위기에 맞지 않게 시도 때도 없이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려 주변에 불쾌감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기분이나 상황과 상관없이 발작을 일으키듯 웃는 병적 웃음은 대뇌 전두엽 쪽에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게 종종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뇌경색, 뇌손상, 파킨슨병 등 질환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증상으로 본다. 치매를 판별하는 주요 증상 중 하나기도 하다. 의학적으로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감정 실금’이나 뇌전증 발작의 종류 중 하나인 ‘홍소 간질’과 유사하다. 하지만 병적 웃음을 앓고 있는 국내 환자 수는 공식 집계가 없는 상황이다.

의학 논문에 담겨 있는 병적 웃음의 사례들은 환자들이 어떤 불편함을 겪는지 잘 보여준다. 20대 여성 B씨는 하루에도 두세 번씩 박수를 치거나 소리를 지르며 웃는다. 발작이 끝나고 나면 그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전신에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거나 넘어지기도 일쑤다.

10대인 A군은 하루 10차례 넘게 “허허허”하고 소리내 웃는 발작 상황을 모두 기억한다. 하지만 웃으면서도 기분은 전혀 좋지 않고 오히려 당황스럽다고 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누가 다치거나 아픈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난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환자의 부적절하고 비상식적인 웃음은 본인뿐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들을 난감하게 만든다. 발작적으로 웃는 환자의 본심을 오해하고 그를 경계하거나 공격적으로 대하기도 한다. 증상 자체가 낯선 만큼 질병으로 인한 웃음인지 잘 모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승환 인제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4일 “병적 웃음이 있는 환자들은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증상이 나타나도 당황하지 말고 주변인들에게 ‘죄송합니다. 뇌에 병변이 있어서 웃게 됩니다’고 말하며 양해를 구하라고 교육한다”고 말했다. 영화 주인공 아서 플렉이 웃음을 터뜨린 뒤 주변 사람에게 오해받지 않기 위해 “저는 기분과 상관없이 갑자기 웃는 병이 있어요”라고 자신의 병을 설명한 카드를 내미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병적 웃음을 질환의 하나로 이해하고 누구보다 곤란해할 환자를 배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진용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지원과장은 “환자가 발작적으로 웃더라도 곁에 있는 이들이 편견을 갖지 않고 일반적인 환자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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