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행을 다녀온 사진들을 정리하며 절로 여행지의 추억에 빠지게 되었다. 사람들이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행을 가기 전 준비하면서 느끼는 설레는 마음과 다녀온 후의 추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실제 여행의 과정은 앞과 뒤의 감정에 비해서는 덜할지라도 말이다. 세상 사람들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두 부류로 나눈다면 나는 좋아하지 않는 사람 쪽에 가깝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어릴 적부터 멀미가 심해 차 타는 일이 고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여행을 부추기는 사람이 많아 한 해에 한 번 이상의 여행은 다녀온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다가 ‘방구석 여행자’라는 단어를 발견하고는 딱 나이구나 싶었다. ‘armchair traveler’라는 표현은 편안한 자기 집 소파에 앉아 남극이나 에베레스트, 타클라마칸사막을 탐험하는 여행자를 조금은 비꼬는 표현이라고 한다. 우리는 다른 누군가의 간접경험을 내가 직접 경험한 여행에 더해 하나의 여행 경험으로 완성시킨다. 그림으로 치자면 내가 그린 그림에 타인의 경험을 덧입히는 식으로 여행의 의미를 채워나갈 수 있다.

여행을 가기 전 아무리 사전 공부를 하더라도 한두 번의 체험으로는 여행지의 모든 것을 담아올 수 없다. 그래서 떠나가기 전에 정보를 찾아보지만 다녀와서도 여행지에 대한 자료를 찾아본다. 책을 볼 때도 있고 영상을 볼 때도 있다. 여행을 갈 때 그곳에 대한 입체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알게 된다면 여행의 의미가 더 풍성해질 것이다. 여행을 갈 때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온다. 돌아와서는 다녀온 곳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봐야지 라고 결심하지만 곧 흐지부지되어버린다. 이런 갈증 때문에 책으로 떠나는 여행 모임을 열어보기도 했다. 그동안 파편적인 정보로만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 연결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다.

수많은 여행서와 여행 에세이가 출간돼 손만 뻗으면 읽을 수 있는 요즘, 방구석 여행자로서 살아가는 지금이 오히려 더 즐거워진다. 각자 다녀온 누군가의 이야기가 나에게로 와서 여행의 경험으로 쌓여간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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