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배병우] 참여연대의 추락


참여연대는 1994년 9월 10일 ‘참여민주사회와 인권을 위한 시민연대’라는 이름으로 창립됐다. 정치·경제 권력의 남용과 횡포를 견제·고발하고, 시민의 정치적·경제적 권리를 확대하고 참여를 제도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 방안을 제시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환경, 평화운동 등 특정 영역에 집중하거나 회원 중심으로 지역에 뿌리내린 통상의 시민단체와는 출발부터 달랐다. 박원순(서울시장) 조희연(서울시 교육감) 김대환(전 노동부 장관) 김중배(전 언론인) 김호기(연세대 교수) 홍성우(변호사) 박은정(국민권익위원장) 김기식(전 금융감독원장) 등 300여명이 창립회원이었다. 공익제보자 지원, 예산 감시, 부패방지법 제정운동을 거쳐 재벌 개혁을 위한 소액주주운동, 조세재정 개혁 등 국정의 거의 모든 분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이번 정부 들어 참여연대는 한국을 대표하는 시민단체 수준을 뛰어넘었다. 현 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은 모두 참여연대 출신인 장하성, 김수현, 김상조 세 사람이 대를 이어 맡았다. 청와대와 정부, 정부 산하기관에 진출한 이 단체 출신이 60명을 넘는다고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출신이다. 노무현정부가 참여정부라면 문재인정부는 ‘참여연대 정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조 전 장관 사태는 많은 시민이 참여연대의 정체성을 묻는 계기가 됐다. 권력 감시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지만 조 전 장관과 그 일가의 문제에 침묵했다. 조혜경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참여연대가 관변 시민단체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자초한 데 대해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조직을 탈퇴했다. 앞서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도 “조 전 장관 가족 펀드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권력형 범죄일 가능성이 드러났는데도 입을 다물었다”면서 지도부를 비판했다. 참여연대의 위기는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든 현 정부의 위기와도 관련 있다. 참여연대의 제안 대부분이 정책으로 채택되고 이 단체 출신들이 핵심 요직을 채웠기 때문이다. 전직 차관급 인사는 “상당수 참여연대 출신들이 행정 경험이 짧고 전문성이 없는데도 중용됐고, 정부 부처가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 제안은 과감히 버리는 등 취사 선택을 해야 했는데 교과서처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과도하게 정치화된 한 시민단체에 의존한 국정 운영이 부메랑을 맞고 있다.

배병우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