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타결에 이른다는 전망이 높아지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을 향한 투자 심리가 뜨거워지고 있다. 미·중 갈등 완화는 최근 2년간 글로벌 경제를 짓누른 ‘불확실성’이라는 큰 바위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기대감이 높아지자 글로벌 증시로 자금이 몰리고, 달러·금이나 선진국 채권 등 이른바 안전자산의 상승세는 한풀 꺾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7월부터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투자 심리에 ‘유동성’이라는 기름도 부어졌다.

시장에선 ‘회색 코뿔소’가 지나갔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 경고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지만 간과해 버리는 위험 요인을 말한다.

위험자산 선호 흐름을 주도하는 건 미국 증시다. 뉴욕 3대 지수는 지난 4일(현지시간) 사상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다우존스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4.75포인트(0.42%) 오른 2만7462.11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도 각각 0.37%, 0.56% 상승해 3078.27과 8433.20에 마감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의 낙관론이 퍼지며 뉴욕증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온기’는 다른 국가로 퍼지고 있다. 같은 날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50은 전 거래일보다 41.47포인트(1.14%) 오른 3665.21에 거래를 마쳤다. 5일 코스피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0.58% 오른 2142.64에 마감하면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코스닥지수도 0.56% 상승한 672.18에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401.22포인트(1.76%) 오른 2만3251.99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54% 상승한 2999.56에 마감했다.


글로벌 투자 심리를 들썩이게 하는 일등 공신은 미국과 중국의 ‘1단계 무역협정’ 타결 기대감이다. 내년 재선 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마찰을 지속해 경기를 둔화시킬 이유가 없다는 게 시장의 전반적 관측이다. 이 경우 불확실성에 시달리던 글로벌 경제가 ‘수축 국면’을 끝내고 ‘확장세’로 돌아선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일정대로 이달에 미·중 정상이 만나 1차 합의문에 서명하면 연말 이후 글로벌 경제가 확장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 속에 홀대받았던 한국 등 신흥국 증시를 다시 살펴볼 때라는 권고도 등장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반등한다면 채권보다 증시로 자금이 쏠리고, 선진국보다 신흥국의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제 부진 등이 내년에 개선된다면 신흥국 증시·채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회색 코뿔소’가 여전한 상황에서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표적 회색 코뿔소로는 미·중 무역분쟁 악화,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조건 없는 유럽연합 탈퇴), 국내총생산(GDP) 대비 220%가 넘는 중국의 부채 등이 꼽힌다. 내년 한국 경제를 위협할 최대 요인으로 중국의 경기 둔화가 거론되고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언제든지 불확실성이 재차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자칫 장기화된 (경제 관련) 이벤트들을 방심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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