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는 임기 절반을 양극화 해소에 집중했다. 저소득층 소득을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었다. 그 결과 ‘나랏돈’으로 좁힌 상하위 소득 격차는 3.77배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성장보다 분배에 무게가 쏠리면서 경기 부진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

특히 경기 부진은 한국 경제의 ‘허리’를 덮쳤다. 정부 손길보다 민간시장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자영업자, 40대 등이 어려움에 빠졌다.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이 되레 민간을 위축시켜 ‘중간 계층’이 힘들어지는 악순환 고리도 생겼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기조 아래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늘렸다. 지출 규모를 늘려 기초연금 등 현금성 복지를 확대했다. 소득 하위 20%인 ‘극빈층’의 평균 연령이 63.8세라는 점을 감안해 노인 일자리 사업도 활발하게 추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인 일자리는 올해 61만개, 지난해 51만개에 이른다.

특히 정부의 정책 효과는 저소득층 소득 높이기에서 빛을 발한다. 5일 통계청의 ‘2019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에 따르면 극빈층 소득 감소세는 멈췄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1인 가구까지 포함하면 1년 전보다 3.6% 늘었다. 1분위의 경우 노인 일자리 증가에 따라 일을 해 버는 근로소득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

이에 따라 시장소득의 상하위 격차(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는 2분기에 9.07배나 됐지만 정부 돈이 투입된 공적이전소득을 감안해 계산했을 때 5.30배까지 좁혀졌다. 3.77배라는 개선 효과(두 숫자의 차이)는 2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고다.

그러나 ‘정부 손길’은 시장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대외여건 악화에 반도체 업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는 연간 2% 성장률에 턱걸이하기도 어렵다. 제조업과 자영업 침체는 깊어지고 있다.

자영업 위기는 중산층을 저소득층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올해 2분기에 중산층 이상인 4분위(소득 상위 40%)에서 자영업자 비중은 전년 대비 약 18% 감소했다. 4분위에 있던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줄면서 3분위나 2분위, 1분위로 추락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중산층 이상 소득 분위에 있던 자영업자가 밀려 내려오면서 1분위 자영업자 비중은 18% 정도 증가했다. 중산층 자영업자가 저소득층으로 추락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여기에다 제조업 위기는 중간 계층의 ‘안정된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일자리는 전년 동월 대비 11만1000개나 사라졌다. 금융·보험업 일자리는 4만3000개 없어졌다. 이 영향으로 40대 고용률은 전년 대비 0.9% 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40대는 전 연령대에서 유일하게 고용률이 감소하고 있다. 실직자에도 못 머물고 아예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비경제활동인구’도 는다. 40대에서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달에 7만명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2월(8만9000명) 이후 최대 규모다.

때문에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되레 중간 계층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이 민간시장 위축을 불러왔고, 그 피해가 자영업자와 중간 계층 근로자 등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등 저소득층 정책이 노동비용 증가로 이어져 기업투자 감소 등을 유발했다. 이게 중간 계층에 영향을 주고 있다. 중간 계층 자영업자의 소득 분위가 떨어지고, 민간기업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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