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으로 내려다본 전북 순창 강천산의 명물 구름다리. 50m 높이에서 76m 계곡을 가로지르는 붉은색 현수교가 아찔한 풍경을 빚어낸다. 다리 아래로 단풍물결에 사람물결까지 더해져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풍경이 펼쳐진다.

단풍이 전 국토를 오색 물감으로 채색하면서 남하 중이다. 바삐 달아나는 가을을 좇아 남쪽으로 향했다. 고추장보다 붉은 단풍을 볼 수 있는 전북 순창이다. 순창의 명산인 강천산이 단풍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번 주 절정의 시기를 맞을 듯하다.

강천산은 순창군 팔덕면과 전남 담양군 용면의 경계에 있다. 정상이 584m.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단풍 풍경은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다. 연대봉(603m), 선녀봉(578m) 등 고만고만한 봉우리로 둘러싸인 계곡은 깊은 가을 풍경을 빚어낸다. 특히 ‘호남의 소금강’으로 가을철이면 명산 대접을 받는다.

산세가 용이 꼬리치며 승천하는 모습과 닮아서 용천산(龍天山)이라 불렸다. 1982년 전국 최초로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단풍철엔 물감을 칠한 듯 색색으로 변해 상한가를 친다. 단풍의 명산이라는 내장산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강천산 일주산행도 있지만 병풍계곡에서 강천사를 지나 현수교 전망대를 거쳐 구장군폭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만 돌아봐도 가을 여행에 ‘엄지 척’이다. 가볍게 산책하듯 풍경과 산세를 고루 엿볼 수 있다. 특히 매표소부터 2.25㎞ 이어지는 맨발산책로는 건강도 덤으로 준다.

매표소에서 구장군폭포까지는 5㎞ 남짓.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오르막도 내리막도 없이 완만해 휠체어도 어렵지 않게 다닌다. 산책로는 계곡을 따라 가는 단풍길이다. 이파리가 꼭 아기 손바닥 만한 아기 단풍나무가 도열해 있다. 물에 반영된 단풍이 색감을 더한다.

강천산 초입 병풍폭포에 드리워진 무지개.

매표소를 지나 첫 번째로 만나는 절경은 2002년에 만들어진 인공폭포인 병풍폭포. 4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하지만 절벽에 이끼가 자라고 작은 소(沼)로 폭포수가 떨어져 자연폭포보다 더 자연스럽다. 절벽으로 떨어지는 하얀 물줄기에 단풍이 더해지고 한낮 햇살을 받은 물보라가 빚어내는 무지개가 장관을 펼쳐놓는다.

이달 말까지 야간개장이 이어지는 천우폭포.

이어 초록빛 터널을 이룬 메타세쿼이아 나무 옆에 천우폭포. 비가 와야 폭포를 이룬다. 거대한 암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다음은 강천산의 명물 구름다리. 전망대로 향하는 푯말을 따라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붉은색 현수교인 구름다리는 지상 50m 높이에 폭 1m, 길이 76m로 발을 내디딜 때마다 아찔한 풍경을 내놓는다. 흔들림이 심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움직일 때마다 심장이 짜릿짜릿하다. 다리 아래로 내려다보면 바람에 파도처럼 출렁거리는 단풍물결이 선계를 그린다.

웅장한 산세로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는 구장군폭포.

120m 높이의 구장군폭포는 웅장한 산세와 어우러진 모습이 한 폭의 동양화다. 마한시대 아홉 장수가 죽기를 결의하고 전장에 나가 승리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장엄한 모습에 호흡이 멈춘다. 원래 장마철에만 폭포수가 쏟아지는 마른 폭포였지만 물을 끌어올려 사계절 폭포수가 쏟아지게 했다. 여기서 더 가면 비룡폭포. 물이 없어 용이 날아오른 흔적만 선명하다. 더 올라가면 전남 담양과 경계에 자리한 금성산성에 올라설 수 있다.

강천산에서 순창 읍내로 향하면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이 나온다. 고추장, 된장, 간장 등 전통 장류에 대해서 배우고 체험하고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 여행메모
감성적 여행객에 인기 한옥 ‘금산여관’
당면 대신 선지를 주재료로 한 순대골목


승용차로 강천산에 간다면 광주대구고속도로 순창나들목에서 빠지면 가깝다. 순창읍내에서 고추장민속마을은 약 3㎞, 강천산 군립공원은 10㎞ 떨어져 있다. 강천산 입구에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주차료는 무료지만 강천산 입장료는 내야 한다.

순창은 숙박시설이 많지 않다. 순창 읍내에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는 ‘금산여관’이 있다. 80년 된 낡은 한옥이 네모난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구조로 현대식 숙소보다 불편하지만 감성적인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다. 낮에는 툇마루에서 가을볕을 쫴도 좋고, 밤에는 주인장과 여행객들이 차 한 잔으로 수다를 떨기도 한다. 금산여관 옆 ‘금산객잔’도 인기다.

순창시장에는 소규모 순대골목이 형성돼 있다. 당면 대신 선지를 주재료로 넣은 피순대로 끓인 순대국밥 내장국밥 머리국밥이 주 메뉴다.

배산임수의 명당 자리에 자리잡은 훈몽재.

이밖에 훈몽재, 전북도산림박물관, 귀래정, 녹두장군 전봉준관, 회문산자연휴양림, 예향천리마실길 등도 둘러볼 만하다.

순창=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