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종순 (31) 충신교회 사역 30주년 기념문집 헌정 받아

가족·후배·제자·교계인사들 편지형식… 84명의 글 모아 선물한 ‘충목회’ 회원들

충목회 회원들이 2006년 11월 박종순 목사에게 헌정한 기념문집 ‘그대는 솔바람 거느린 거목이어라’의 표지.

34년 7개월. 충신교회에서 사역했던 기간이다. 분규가 심했던 교회에 부임해 교회를 안정시켰으니 목회자로서 이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뿔뿔이 흩어진 교인을 모아 등록 교인 1만명이 넘는 교회로 성장시킨 건 주님의 은혜다.

목회하면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장으로 봉사할 기회도 얻었다. 한국교회의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을 맡아 한국교회도 섬겼다. 사실 양 기관 회장을 지낸 건 흔치 않은 경력이다.

2006년 제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충목회’가 나의 충신교회 사역 30년을 기념해 ‘그대는 솔바람 거느린 거목이어라’는 제목의 기념문집을 헌정한 일이 있었다. 여기에는 가족뿐 아니라 나와 가깝게 지냈던 교계 인사와 후배, 제자들이 내게 쓴 편지 형식의 글이 담겨 있다. 읽을 때마다 나를 돌아보게 된다.

대부분이 나에 대한 추억들이다. 추억은 현재와 미래를 잇는 줄과도 같다. 추억을 통해 현재를 살고 미래를 꿈꾸는 것이다. 작은딸 미진이는 새벽에 해 줬던 기도를 기억했다. “우리 세 남매 모두 잘 기억하고 있는 건 부모님의 기도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새벽기도 다녀오시면 우리 방에 들어오셔서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주시곤 했다. 보통 깊은 잠에 빠져 있어 느끼지 못했지만, 가끔 선잠을 잘 때면 차가운 손이 느껴져 잠을 깨곤 했다. 손은 차가웠지만, 그 손에 담긴 사랑으로 마음이 따뜻해졌다. 기도로 성장한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자식에게 이런 평가를 받은 내가 축복을 받았다. 월드비전 회장을 지낸 박종삼 목사는 장로회신학대 입학 때부터 친구였다. 그의 우정 어린 글도 기억에 남는다. “나의 70년 삶에서 박종순 목사님과 친구로 인생의 절반인 35년 이상 지내왔다. 믿음 안에서 형제로 격려와 위로, 조언,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소중한 친구다. 하나님이 내리신 축복의 통로이기도 하다. 하나님께서 우리 둘 사이에 우정을 주신 건 말년을 풍요롭게 보내라는 의미다. 나에게 형제 같은 우정을 아낌없이 베풀어 주는 박 목사님께 하나님의 복이 함께하길 기도한다.”

정진경(1921~2009) 신촌성결교회 원로목사님이 주신 사랑은 늘 차고도 넘쳤다. 그분이 내게 과분한 평가를 해 주신 것도 감사한 일이다. “연합사업을 같이하면서 박 목사님은 누구보다 카리스마 강한 분이면서도 가장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지도자셨습니다. 언제나 자신의 정당한 주장에는 후퇴하지 않으면서도 남의 의견을 존중하고 미소와 유머로 상대방을 대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불합리한 주장에 대해서는 냉엄했습니다. 일치를 추구하면서도 무분별한 타협은 용납하지 않는 소신이 철저한 민주적인 지도자이십니다.”

충목회 회원들은 은퇴를 앞둔 내게 기념문집이라는 큰 선물을 줬다. 사랑은 나누면 더욱 커진다. 2010년 12월 은퇴한 나는 기념문집에 나와 나눴던 추억을 기록한 84명의 사랑과 축복 속에서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었다. 사실 은퇴한 뒤에도 바쁜 일상을 살고 있다. 모두 날 기억하고 나의 목회를 이해해 준 삶과 신앙, 목회의 동반자들 덕분이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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