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야생 멧돼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고, 축산농가는 돼지고기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아프리카 사하라 남부지역 풍토병으로, 오직 돼지과 동물에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가축 전염병이다. 치사율이 최고 100%에 이르기 때문에 양돈산업에 치명적 피해를 끼칠 수 있다. 더욱이 발병이 보고된 후 100년간 50개국 이상에서 발생했는데 지금까지도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고 있다. 돼지에게 치명적인 이유다. 하지만 인수공통 전염병은 아니므로 사람이 감염될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종 특이성이 있어 돼지의 세포에 있는 특정 단백질에만 부착, 침투, 증식해 감염을 일으킨다. 사람 세포는 그 바이러스가 부착, 침투할 수 없기 때문에 감염되지 않는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소 돼지 등과 같이 발굽이 갈라지는 동물의 세포에만 감염되고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또 안정적인 구조를 가진 DNA 바이러스의 특성상 변이를 일으켜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 지난 100여년간 사람이 감염된 사례가 없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수역사무국(OIE) 등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 한정된 전염병일 뿐 인체에는 아무런 위해가 없다고 명확히 알리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저온 등 외부 환경에서는 강한 생존력을 보이지만 섭씨 70도에서 30분 이상 가열 시 불활성되기 때문에 구이, 찌개, 볶음 등과 같이 충분히 가열, 조리(중심온도 70도 도달 후 2분 이상)하면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 정부 역시 농장부터 수입·유통 단계까지 철저한 검사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돼지고기 유통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는 상태다.

생산자와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은 당연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과학적 인식과 현명한 소비 태도다. 소비자는 SNS와 인터넷으로 유포되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정보보다 정부와 학계가 제공하는 사실을 믿고 돼지고기 소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이겨내는 길이다.

박종현 한국식품과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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