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나 남은 임기 동안에도 ‘마이웨이’ 고집할 경우 국가적으로나 정권 차원에서나 득될 게 없어
어설픈 진보의 리그에서 벗어나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강인함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


한 ‘강남 잡파’ 인사 문제로 10월을 달구었던 광장의 대결이 당사자 사퇴 이후에도 진정되지 않고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임명 철회와 검찰 개혁을 대립 구도로 설정했던 범여권은 검찰에 압박을 가하고, 반대 측은 수사 방해라며 정권 퇴진마저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비대칭적인 대결 구도 하에 과도한 요구마저 분출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국정이 정부보다는 정권 차원에서 이뤄져 온 사정의 반영으로, 말하자면 문재인 정권의 ‘마이웨이’가 정면으로 도전받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 사태는 광장의 산물인 문 정권이 여론몰이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며 반대 여론을 초기에 제압하고자 한 데서 격화됐다.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선제적인 군중동원 방식을 통해 검찰 수사를 ‘불순한’ 정치행위로 낙인찍어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인사 강행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으로 자만했지만 당정청의 공조에도 불구하고 비등하는 반대 여론을 꺾지 못했다. 오합지졸 정도로 얕잡아본 시민들이 상대가 구사해 온 ‘싸움의 기술’을 터득해 여론몰이를 압도한 것이다. 이제 문 정권은 ‘싸움의 기술’에 있어서도 비교우위를 자신할 수 없게 됐다. 보다 중요한 것은 남에겐 공정과 정의를 들이대면서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특권과 반칙을 양념으로 삼은 탓에 정권의 정당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것이다. 독재국가가 아닌 이상 광장은 기본적으로 정권 친화적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문 정권의 ‘마이웨이’가 막다른 골목에 봉착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안으로는, 듣도 보도 못한 ‘소득주도성장’이란 것이 경제를 성장 둔화와 동시에 분배 악화의 길로 이끌어 민생이 말이 아니다. 경제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조짐을 보이고 일자리 사정이 계속 나빠지고 있다. 2016년 92.8%였던 GDP 대비 가계부채율은 2018년 현재 96.9%로 급격히 증가해 ‘매우 위험한’ 상태다. 자영업자의 가계 사정은 더 형편없다. 다중채무만 하더라도 최근 1년 동안 11%의 대폭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경제 침체와 가계부채 증대의 악순환 구도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정책 기조 전환 없이 재정지출 증대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난망해 보인다.

밖으로는, 불과 2년 반 만에 외교적 고립이 초래되고 안보마저 혼미해졌다. 문 정권의 ‘마이웨이’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질 수밖에 없다. 전통적 우방국가와의 관계가 손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이를 감수하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로 이끌려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비핵화에 아무런 성과도 도출하지 못하고 저자세로 일관한 문 정권의 ‘마이웨이’는 대외적으로 스스로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대내적으로는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었다. 정권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의혹까지 제기된 연유다. 정권의 관계자가 남북 간의 평화 무드를 그동안의 업적으로 내세웠을 때 냉소를 보낸 국민들은 또 다른 관계자가 북한의 미사일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고 얘기해야만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미국은 안보 위협으로, 일본은 유엔결의 위반으로 분명히 규정했을 때도 정작 문 정권은 어물거리기만 하는 블랙코미디를 보여주었다. 이전 정권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사달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절반이나 남은 임기 동안에도 ‘마이웨이’를 고집한다면 국가적으로는 물론 정권 차원에서도 득될 것이 하나도 없다. 인사와 경제 및 외교안보 등에서 이렇다 할 실적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궤적의 연장은 ‘그들만의 리그’의 연장일 뿐 아무도 원하지 않는 길이 자명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광장의 비교우위가 흔들리고 있고 이미 확보한 진지도 겉으로 보는 것만큼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민주적이 아니라 과두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진지 보강을 서두르는 ‘패스트트랙’도 진지의 구조상 또 광장의 역학관계 변화로 인해 여의치 않을 것이다. 이래저래 문 정권의 ‘마이웨이’에는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

이 엄중하고도 위험한 현실을 직시하고 활로를 찾아야 한다. “이것도 나라냐!”는 울부짖음에 눈 깜짝도 하지 않거나 벌컥 화부터 내서는 안 된다. 옷깃을 여미고 성찰에 들어가야 한다. 성찰은 강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변명이나 남 탓이 아닌 솔직함으로부터 성찰이 시작될 수 있다. 솔직함은 강인함의 표현이자 소통의 윤활유다. 강인함은 쇄신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않는다. 소통은 쇄신의 알파요 오메가다.

솔직함만 있다면 활로를 찾기 위한 성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정권 아닌 국가 차원으로 사고의 중심을 옮기기만 하면 된다. 어설픈 진보의 ‘리그’에서 벗어나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강인함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쇼통과 불통을 청산하고 보편성과 현실성에 기초한 개념 있는 정책으로 정책을 쇄신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김대환(인하대 명예교수·전 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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