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종순 (32) 목회는 은퇴했지만 더 바빠진 사역자의 삶

은퇴 후 홀가분한 삶 생각했지만 전국 교회와 해외에서 초청 받아 부흥강사로 늘 설교하는 현역생활

박종순 목사(오른쪽 두 번째)가 2010년 12월 26일 주일 저녁예배에서 은퇴를 아쉬워하는 교인들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받고 있다.

2010년 12월 충신교회에서 은퇴했다. 비로소 원로목사가 됐다. 가장 큰 변화는 설교나 교회 행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새벽기도회를 비롯해 수요·금요예배, 주일예배 등 담임 목회를 하면 매주 많은 설교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늘 성경을 묵상해야 한다. 교인들의 삶 속에서 살아 넘치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목사는 자신을 소진한다. 주일 사역을 마치고 나면 모든 게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지만, 다시 기운을 내야 새로운 한 주 동안 말씀을 전할 수 있다.

여기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큰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았다. 홀가분했다. 사실 홀가분해질 거라 생각했다. 막상 은퇴하고 나니 그렇지 않았다. 다양한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목회는 은퇴했지만, 사역은 은퇴하지 않은 셈이었다.

물론 누구도 제도로 정한 정년을 피할 길은 없다. 정년을 앞두면 하루가 1000년 같지 않고 1000년이 하루와 같다. 축지법으로 걷는 것처럼 은퇴의 날이 빨리 다가온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먹고살 것도 준비해야 하지만,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준비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나는 일찌감치 은퇴를 받아들였다. 은퇴 이후를 꿈꿨다. 2011년부터 전국 교회와 해외 한인교회에서 부흥강사로 나를 초청하기 시작했다. 주일설교만 하지 않았지 늘 설교하는 삶을 살고 있다.

물론 현역일 때와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그나마 시간 여유가 생겼다. 될 수 있는 대로 저녁 식사 모임도 피하려고 한다. 교회 돌보느라 긴 세월 집안일을 돌보지 못한 걸 보충해야 한다. 웬만하면 아내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욕심을 버리기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과 시간 관리를 잘해야 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매일 맨손체조와 스트레칭을 한다. 원래 소식을 했기 때문에 식사량을 조절할 필요가 없는 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달려갈 길을 마쳤다는 바울의 고백은 목회를 내려놓은 지금도 태산처럼 다가온다. 그리고 ‘다 이루었다’는 주님의 말씀도 떠오른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회자의 삶이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되풀이하며 살았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책임지지 못할 말을 내뱉었다는 자괴감으로 괴롭다.

은퇴를 앞두고 동역자들에게 이런 말을 한 일이 있다. 그것은 목회에 마침표를 찍는 날 ‘완주자의 노래를 부르자’는 것이었다. 인생도 그렇다. 삶에도 마침표가 필요하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우리를 보내신 주님만 아신다.

지금 누리는 그 자리, 머무는 그곳, 움켜쥔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목사는 교인들에게 욕심을 버리라고 설교한다. 목사에게 욕심을 버리라, 내려놓으라고 설교할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비행기는 엄청난 양의 화물과 사람을 싣고 장시간 하늘을 난다. 이를 위해 가벼운 소재로 몸통을 만들고 거추장스러운 장식도 달지 않는다. 과체중, 과부하는 은퇴를 준비하는 목회자들이 피해야 할 것들이다.

은퇴자의 삶을 살고 있다. 다만 아직 내 삶은 끝나지 않았다. 사역에서는 은퇴하지 않은 현역 아닌가.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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