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물러난 지 3주가 지났다. 그러나 주말마다 이어지는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는 두 달 째 그대로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는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외치는 진보 진영 사람들이 늦은 시각까지 확성기와 촛불을 들고 도로를 점거하고 있다. 조국 사퇴 후 ‘문재인 퇴진, 공수처 반대’로 구호를 갈아 끼운 보수 세력들은 광화문 일대를 누비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집회 규모는 조금씩 다르지만 주말이면 계속되는 살풍경은 정국이 아직도 ‘조국 사태’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국가적 에너지를 모아야 하는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 갈등을 중재하고 위기를 수습해야 할 정치권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이 더욱 크지만 야당도 따가운 눈초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의 사퇴 직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여당인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도 뒤늦게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들의 사과와 유감은 말로만 그쳤고, 그에 걸맞은 행동은 보여주지 않았다. 조국 사태로 빚어진 민심이반과 국정마비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았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는 자성론이 불거졌지만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 여당 지도부에 대한 개편은 이뤄지지 않았다. 법무부 장관의 공석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게 없다.

그러는 사이 중요한 정책에 대한 정부 내 조율 기능은 실종됐고 파열음만 나왔다. 승합차 호출 서비스인 타다에 대한 기소를 둘러싼 잡음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타다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지난 7월 법무부와 청와대에 보고했다는데 왜 뒤늦게 청와대 정책실장,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할 것 없이 검찰을 비난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어느덧 문 대통령도 9일 임기반환점을 맞는다. 각종 지표로 드러난 문재인 정권의 실적은 초라하다. 사람을 기용하는 문제는 둘째 치고, 성장과 분배,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정책은 역대 정부 최악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오일쇼크(1980년), IMF 금융위기(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년 전 IMF 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됐다. 대개 해마다 30만명씩이던 취업자 증가 폭이 지난해는 9만7000명에 불과했다. 2009년(8만7000명)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나홀로 자영업자는 최근 1년 사이 9만7000여명 증가했다. IMF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종업원을 내보냈거나 1인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는 1633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다.

일부에서는 이런 총체적인 국정 난맥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를 유지하는 게 미스터리라고 한다. 여론조사의 구조적 맹점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아무런 대안도, 희망도 제시하지 못하는 야당의 무기력이다. 자유한국당은 조국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기는커녕 잇단 헛발질로 스스로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원내사령탑인 나경원 의원은 조국 사퇴에 공을 세운 동료 의원들에게 표창장과 상품권을 무더기로 나눠주는 가벼운 처신으로 입방아에 올랐고, 황교안 당 대표는 ‘공관장 갑질’의 당사자인 박찬주 전 육군대장을 인재영입 1호로 추진하려다 안팎의 거센 비난을 샀다. 불공정과 기회 상실에 좌절한 젊은 세대의 상처를 어루만지기보다 내부 공 다툼과 기득권 옹호라는 낡은 사고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줄 뿐이다. 한국당은 여전히 ‘웰빙당’ ‘육법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웰빙당은 양지만 좇는 엘리트 출신들로 자기 희생을 할 줄 모르는 의원들이 많다고 해서 과거 한나라당 시절 붙은 별명이고, 육법당은 육사 출신과 법대 나온 율사 출신들이 주도한다고 해서 5공 시절 민정당을 부르는 별칭이었다.

여의도 정가에서 흔히 듣는 말 중 하나가 “문 대통령과 지금 여당이 야당 복은 제대로 타고 났다”는 것이다. 집권세력이 아무리 죽을 쒀도,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하니 정부·여당의 반성과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정말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전석운 미래전략국장 겸 논설위원 swchu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