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들이 이마트 매장에서 밀키트 제품을 들어보이며 소개하고 있다. 이마트는 피코크, 저스트잇, 어메이징 시리즈 등 100종의 밀키트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집밥의 범주가 넓어지고 있다. 식재료를 사서 일일이 다듬고 만들어 담아내는 과정을 집에서 전부 다 하는 집밥(①)도 있고, 거의 만들어진 요리를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에 데워서 내놓기만 하면 되는 집밥(②)도 있다. 만능간장을 미리 만들어두고 얼려둔 채소나 고기를 더해 만들기(③)도 하고, 다 손질된 신선한 재료로 간까지 완벽하게 맞춘 양념을 레시피 순서대로 조리하면 완성(④)되는 경우도 있다.

막연하게 ‘집밥’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전통적인 이미지는 ①번에 가깝다. 메뉴 선정부터 식탁에 차려놓기까지 아이디어와 노동력과 손맛과 빠른 손놀림이 집약된 ①번 집밥은 고수의 영역이다. 집에서 요리하기를 꿈꾸는 수많은 초보들이 ①번에 도전하다 좌절하기 일쑤다. ①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 가정간편식(HMR)에 의존하는 ②번과 요리 초보들을 열광시킨 ‘집밥 백선생’ 백종원씨의 ‘만능 ○○’을 활용한 ③번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부터 집밥에 새로운 옵션 ④번이 등장했다. 최근 식품업계에 잠재력 높은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CJ제일제당, 이마트, GS리테일, 동원, 한국야쿠르트, 대상 등 주요 식품·유통업계가 뛰어든 ‘밀키트’(Meal Kit)다. 밀키트에는 깨끗하게 씻은 채소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포장돼 있고, 손질하기 어려운 해산물도 물로 한 번 씻으면 될 정도로 손질돼 나온다. 물은 얼마나 넣으면 되고, 몇 분을 끓여야 하며, 불의 세기 조절은 언제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등이 친절하게 설명된 레시피까지 담겨있다. 요리 생초보도 라면 끓이듯 순서만 잘 지키면 그럴싸하게 요리 하나를 30분 내에 뚝딱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제공되는 게 밀키트다.

동원홈푸드 밀키트 브랜드 ‘맘스키친’의 ‘차돌밀푀유나베’는 왼쪽의 재료를 레시피대로 조리하면 누구나 오른쪽 사진처럼 한그릇을 완성시킬 수 있다. 동원그룹 제공

밀키트를 애용하는 직장인 이서윤(40)씨는 “메뉴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서 좋고, 요리법을 찾느라 애쓰지 않아서 좋다”며 “신선한 식재료로 끓이고 볶는 정도만 해도 맛있는 음식이 만들어지니 편하기도 하고 가족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7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밀키트 매출 규모는 지난해(약 200억원)보다 배가량 커진 400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계속 가파르게 성장해 5년 뒤인 2024년에는 7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서 밀키트 시장을 개척한 것은 ‘닥터키친’ ‘프레시지’ 등 스타트업이다. 2016년 처음 시장이 열렸고 이후 GS리테일(‘심플리쿡’), 한국야쿠르트(‘잇츠온’), CJ제일제당(쿡킷), 이마트(‘피코크’ 등), 동원홈푸드(‘맘스키트’) 등 대기업들이 가세하면서 국내 밀키트 시장은 성장기를 맞게 됐다.

밀키트 산업의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다. 2008년 스웨덴 스타트업 ‘리나스 맛카세’가 처음으로 선보이면서 미국, 일본 등으로 점차 확산됐다. 2012년 미국 스타트업 ‘블루 에이프론’이 처음으로 ‘밀 키트’라는 명칭을 사용했고 월마트, 아마존 등이 밀키트 사업에 합류하면서 밀키트 시장은 미국에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코트라 등에 따르면 미국의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4년 335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3조5340억원으로 10배 이상 뛰었다. 일본의 밀키트 시장 규모도 지난해 8859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골드만삭스는 밀키트 산업이 내년에는 50억 달러(약 5조7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동원홈푸드 밀키트 브랜드 맘스키친의 차돌누들떡볶이 재료(왼쪽)로 떡볶이 2~3인분(오른쪽)을 금세 만들 수 있다. 동원그룹 제공

밀키트의 장점은 3가지로 요약된다. 신선한 식재료, 간편한 조리, 검증된 맛이다. CJ제일제당은 식품연구소와 전문 셰프 부서인 푸드시너지팀이 협업해 1년 동안 준비해 지난 4월 ‘쿡킷’을 처음 내놨다. GS리테일의 ‘심플리쿡’에도 호텔 셰프 출신 연구원들이 합류해 레시피를 만들었다. 이마트 ‘피코크-고수의 맛집’은 이름난 맛집 레시피로 밀키트를 구현했다. 대부분 기업들이 사내 직원들을 통해 사전에 맛을 테스트하고 대중성을 검증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주문은 배송 받기 원하는 날로부터 2~3일 전에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이나 온라인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집으로 배송받을 수도 있고 직접 찾으러 갈 수도 있다. GS리테일 심플리쿡은 GS25, GS더프레시 등에서 받을 수 있고 이마트 또한 마트에서 직접 보고 살 수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프레시 매니저(야쿠르트 아줌마)가 집으로 배달해줘 서비스 측면에서 특히 호평을 받고 있다.

대체로 편리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포장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업계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포장을 간소화하고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면서 단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밀키트 시장에 진출한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즐겁게 집밥을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쓰레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다면 밀키트의 매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비용이 들더라도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업체들이 투자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업계 입장에서는 수익성 개선이 과제다. 이제 시장이 성장해가는 단계다보니 대체로 매출이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유통기한이 3~6일 정도로 짧고 사람 손으로 하는 게 많기 때문에 인건비 부담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 절감에 대한 고민이 깊다”며 “자동화 시스템을 연구하고 적용해서 신선도와 맛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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