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행정부 요직 장악한 이번 정부 최대 인적 네트워크 시민단체라기보다 유사 정당
“권력 중립” 내세우며 실제는 권력 지향하는 이중성 보여
출신 인사 상당수 전문성 없고 이념적… 국정 난맥에 큰 책임
임기 후반 인사와 정책에서 ‘시민단체 카르텔’ 깨야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권력화에 대한 우려는 과거에도 나왔다. 참여정부 때인 2006년 유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등은 ‘참여연대 보고서’를 냈다. 공직을 감시해야 할 시민단체가 오히려 공직 진출의 발판이 되고 있다고 비판하는 내용이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실개천이던 흐린 물은 급류가 됐다. 참여연대의 권력화는 이번 정부 들어 전면적으로 이뤄졌다. 참여연대의 힘은 청와대 정책실장 자리를 장하성, 김수현, 김상조 등 이 단체 출신 인사들이 대를 이어가며 맡은 데서 곧바로 알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60명이 넘는 이 단체 출신 인사들이 청와대와 정부, 그 산하 위원회에 진출했다. 이들은 1980년대 학생운동을 주도한 ‘86그룹’과 더불어 이번 정부의 양대 축이다. 하지만 상당수가 교수 출신인 이들은 학력이나 지적 권위에서 운동권 출신을 누르는 경우가 많다. 참여연대 출신이 국정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심대하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참여연대 정부’라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는 시민들이 ‘참여연대란 무엇인가’를 묻는 계기가 됐다. 조 전 장관과 그 일가의 부조리와 파렴치에 나라가 두 달이 넘게 파탄 났다. 권력 감시가 본령이라면서도 참여연대는 침묵했다. 오히려 “검찰 개혁”을 외치며 방어막을 쳤다. 조 전 장관이 이 단체의 사법감시센터 소장 출신이라는 ‘연고(緣故)’ 때문임은 물을 필요도 없다. 조혜경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참여연대가 관변 시민단체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자초한 데 대해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조직을 탈퇴했다. 앞서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도 “조 전 장관 가족 펀드를 분석한 결과 권력형 범죄일 가능성이 드러났는데도 입을 다물었다”면서 지도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참여연대의 일시적 일탈로 볼지 모른다. 하지만 이 단체에 몸담았거나 시민운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시초부터 참여연대를 대표로 하는 한국 시민운동이 이러한 길을 갈 조짐이 꽤 많았다는 것이다. 1994년 창립 때부터 참여연대가 내세운 길과 운영방식은 외국의 시민단체와 아주 달랐다. 통상의 시민단체는 생태나 환경, 인권, 평화운동 등 단일 의제에 집중한다. 그리고 조직 운영에서 지역사회나 작은 마을, 지부의 비중이 크다. 활동의 주된 부분이 풀뿌리 시민들을 향하는 것도 두드러진다. 그래서 시민단체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사회 경제 복지 재정은 물론 외교·안보까지 다뤘다. 조직 운영도 중앙의 엘리트 중심이었다. 시선도 최고 권력기관이나 권력자 등 상부를 향했다.

민주주의론의 권위자인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이런 점에서 참여연대를 시민단체라기보다 유사(類似) 정당의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실제는 정당의 기능을 하면서 시민단체를 자임해 여론의 검증이나 다른 정치세력의 견제를 피해간다. 그러면서 의회를 우회해 최고 통치자의 하위 파트너가 되려고 한다. 권력과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욕망이 체질화돼 있다. 기묘한 비정부기구(NGO) 모델이다. 더 큰 문제는 시민단체라는 걸 방패 삼아 시민 전체의 뜻으로 선출된 의회나 정당의 힘을 약화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직접민주주의나 민관협치가 대표적 구호다. 그동안 한국 시민운동은 정당이 놓친 주요한 사회적 의제에 정부가 관심을 갖게 하는 순기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그 어둠이 명백해졌다. 초창기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던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한국 시민운동에 큰 오점을 남겼다. 특히 참여연대는 시민단체의 역할과 도덕성을 상실했고 권력 보조기관이 됐다”고 했다.

참여연대의 위기는 임기 반환점을 도는 문재인정부의 성과와도 관련 깊다. 이 단체 출신들이 중용됐고,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해 국정 전반에 참여연대의 입김이 서려 있다. 참여연대가 제안한 90개 정책과제 중 57개가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반영됐다고 한다. 끼리끼리 인맥을 통해 정부에 참여한 참여연대 출신 상당수는 전문성과 현실감각 부족, 이상주의와 이념 편향을 드러냈다. 정부 부처도 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 제안은 과감히 버리는 등 취사선택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관료들은 참여연대 출신이 청와대를 장악한 상황인데 문제점을 지적하다간 개혁 저항세력으로 몰릴 수도 있다고 항변한다. 시민단체 출신이라고 고위 공직을 맡아선 안 된다는 법은 없다. 중요한 건 성과다. 문 대통령 임기 반환점의 성적은 낙제점에 가깝다. 참여연대라는 과도하게 정치화된 시민단체 출신들의 능력과 비전에 대해 회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느 정부든 국정의 성패는 사람에 달려 있다. 임기 후반기에 문 대통령은 시민단체 출신에 대한 과도한 의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인재 풀을 다양화해야 한다. 정책의 기준도 시민단체의 시각이 아니라 기업과 가계의 현실이 돼야 한다.

배병우 논설위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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