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병제를 실시하는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하지만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징병제는 법이, 모병제는 경제적 어려움이 입대를 강제한다고 썼다. 모병제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처럼 보이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라크전에 참가한 군인 중 대다수가 빈민지역 출신이라거나 형편이 좋은 미국인들이 소외계층을 고용해 전쟁터에 보내 놓고, 자신은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집에 앉아 있다는 내용도 있다. 18∼24세 미군 중 대학 문턱을 넘어본 사람은 고작 6.5%에 그쳤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이라크전을 반대한 찰스 랭글 민주당 하원의원의 주장도 소개됐는데, 그는 “이라크전을 결정한 사람들의 자녀도 참전 부담을 나눠야 했다면 전쟁은 애초에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모병제가 생각보다 불공정하다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이 단계적 모병제 도입을 내년 총선 공약으로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구 급감으로 군대갈 청년들이 부족한 점과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징병제를 모병제로 대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혹시라도 조국 사태로 인해 민주당 지지를 철회한 청년층, 군대 가기 싫어하는 20대 남자, 자식을 군대 보내기 싫어하는 부모들의 표심을 사기 위해 내놓는 것이라면 나라의 근본을 흔드는 일이다. 분단 상황에서 병역 자원이 부족하면 오히려 병역 의무 폭을 넓힐 일이다.

다만 이런 모병제 정도는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징병제를 계속 시행하되, 징병제로 채울 수 없는 병력을 모병제로 보완하는 방안이다. 올해 말 기준 57만9000명인 상비병력은 2022년 말 50만명으로 줄어든다. 인구 급감으로 병역 의무자가 2020년 33만3000명에서 2022년 25만7000명, 2037년 이후엔 20만명 이하로 감소해 2035년 이후엔 상비병력이 40만∼45만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병력 보충을 위해서는 병역 의무자를 모두 징집하고, 이 중에서 장기 복무자를 모집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1년 정도만 의무 복무를 하게 한 뒤 2∼3년 정도 직업 군인으로 더 복무할 사람을 모집하는 식이다. 물론 월급과 복지 혜택이 충분하지 않으면 모집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현재 유급지원병제 지원자도 필요 인력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결국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결국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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