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혁신성장의 우수 사례로 내세웠던 ‘세계 최초 터널형 보안검색기기’ 기술개발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에도 들지 못하고 좌초했다. 혁신의 첫발조차 떼지 못했다. 탈락 이유는 석연치 않다. 다만 성과 위주의 기준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혁신을 외치면서도 정부 내부에선 여전히 ‘단기 성과’에 집착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7일 정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9월 터널형 보안검색기기 기술개발 사업을 예타 대상 사업에서 제외키로 결정했다. 과기부는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등에서 신청한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이 예타를 할 정도로 중요한지 1차로 걸러낸다. 이 문턱을 넘어야 예타를 수행할 수 있다.

터널형 보안검색기기 기술개발 사업은 터널을 통과하기만 해도 보안검색을 끝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사업기간 7년에 총 사업비로 2958억원(정부+민간)이 책정됐다. 기존 보안검색 기술로는 기내 반입 금지 물품을 빠짐없이 탐지하기 어렵다. 정밀검색을 하면 ‘병목’이 생겨 이용자들이 오래 대기해야 한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진흥원)은 지난 8월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해 달라고 과기부에 신청했다.

진흥원은 사회적 편익과 경제적 편익을 더한 ‘비용 대비 편익’(B/C)을 1.17로 분석했다. 보통 B/C가 1.0을 넘으면 경제성을 갖췄다고 본다. 진흥원 관계자는 “보안검색 시간 단축, 해외 공항 판매에 따른 수익창출 등을 감안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항만, 정부청사, 철도역사, 관광지 등에도 적용할 수 있어 차세대 수출산업으로의 잠재성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사업을 ‘공공기관 혁신성장’의 대표 사례로 꼽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김동연 당시 부총리는 “인천공항이 짐을 풀지 않고 걸어가면서 보안검색을 받는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공공기관이 직접 선도적이고 모범적인 투자를 통해 혁신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올해 9월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2030년까지 터널형 보안검색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과기부는 ‘장래성’이 없다고 봤다. 구체적 탈락 사유를 밝히지 않지만 “인천공항 외에 설치할 곳이 없지 않느냐” “다른 분야까지 적용할 사업성이 없다” “국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평가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술개발의 시급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 같다”고 추정했다.

진흥원은 사업 계획을 정비해 재도전할 방침이다. 개별 기술을 개발한 뒤 하나로 통합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다. 이렇게 하면 ‘통합형’이라는 가치가 낮아져 글로벌 경쟁력은 떨어질 수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사업의 경제성, 성과 여부 등은 본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살펴본다. 대상 심사에서는 기술개발의 필요성 및 시급성, 사업계획의 구체성, 국고지원 적합성, 기존 사업과의 차별성 등 4가지 항목에 따라 평가한다. 터널형 보안검색기기 기술개발 사업의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을 준비가 덜 됐다고 판단했다. 탈락 사유도 국토부에 통보한바 있다”고 해명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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