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X 101’(엠넷)의 투표 조작 의혹이 확인되면서 정상적인 활동 여부가 불투명해진 그룹 엑스원.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걸그룹 아이즈원은 7일 오는 11일로 예정됐던 정규 1집 음반 발매를 연기하고, 같은 날 잡혀있던 쇼케이스도 취소했다. 아이즈원은 지난달 앨범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한국과 일본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며 예약 판매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대가 컸던 팀이다. 엠넷은 이날 늦은 오후 낸 입장문에서 앨범 발매를 연기한 이유에 대해 “소속사 오프더레코드가 팬들 의견을 존중해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라고 전했다.

아이즈원이 컴백 시기에 맞춰 진행하려던 방송 출연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V2’(MBC)는 아이즈원 출연 분량을 편집하겠다고 밝혔고, 녹화를 마친 ‘아이돌룸’(JTBC)도 방송 재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즈원이 이 같은 상황에 부닥친 건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엠넷의 투표 조작 논란 탓이다. 아이즈원은 지난해 방영된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을 통해 결성됐다. 하지만 제작진의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활동에도 타격을 입게 됐다.

당초 투표 조작 의혹은 올해 방영된 후속작 ‘프로듀스 X 101’(이하 프듀 X)에만 국한된 이야기였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관련 의혹이 프듀 X뿐만 아니라 전작인 프로듀스48까지 확산되면서 시청자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각각 결성된 아이즈원과 엑스원(X1)의 활동도 불투명해지는 분위기다. 지난 5일 구속된 안준영 PD는 경찰 조사에서 두 프로그램의 순위 조작 혐의를 인정했다. 안 PD는 연예기획사들로부터 유흥업소 접대도 수차례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방송가 안팎에서는 제작진이 문자투표 규모를 부풀렸을 것이라는 의혹은 팽배했지만 순위 조작까지 벌였을 것으로 보진 않았다. 하지만 제작진이 순위 조작에 나섰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시청자들 역시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특히 엑스원의 경우 팬들 사이에서 ‘조작 멤버’를 탈퇴시키거나 팀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조작 논란의 희생자처럼 여겨지는 참가자들은 재조명되고 있다. 프듀 X 막바지 방송에서 2~3위를 차지하고도 탈락한 이진혁이 대표적이다. 이진혁은 지난 4일 솔로 음반을 발표하며 성황리에 쇼케이스를 마쳤고, 예능 프로그램 ‘괴팍한 5형제’(JTBC) ‘돈키호테’(tvN) 등에 캐스팅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조작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좀 더 드러나야 아이즈원이나 엑스원의 활동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조작의 결과로 수혜를 입은 멤버가 누구인지 실명까지 확인될 경우 두 팀의 활동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엠넷은 지난 5일 “시청자와 팬, 출연자, 기획사 관계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지만 만시지탄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사태에 대해 “결과 지상주의가 만든 극단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브레이크 없이 성공만을 좇아 폭주한 방송사의 태도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K팝의 브랜드 가치를 위해서라도 엠넷은 자숙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엑스원이나 아이즈원도 활동을 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지훈 강경루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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