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총선에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제3정당(12.7% 득표)으로 연방 하원에 진입했다. 현재 독일의 16개 주 의회에 모두 진출한 AfD가 맹위를 떨치는 곳은 동독 지역이다. 지난 9월 동독 지역인 작센주와 브란덴부르크주, 그리고 10월 튀링겐주 지방선거에서 AfD는 제2정당으로 부상했다.

2013년 발족된 AfD는 당초 반(反)유럽연합(EU)을 기치로 내세웠으며 점차 반난민, 반이슬람 정서를 자극하며 세를 확장했다. 표면적으로는 나치와 거리를 두지만 AfD 내에서도 극단적인 세력은 사실상 나치와 거의 유사하다. AfD에서 인기있는 정치인 뵈른 회케(47·튀링겐주)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 ‘홀로코스트’를 부인하고 있을 정도다.

오는 9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30주년을 맞는다. 베를린 장벽 붕괴는 독일 통일을 시작으로 유럽 내 공산주의 몰락과 구소련의 해체로 이어졌다. 하지만 동독이 서독 체제에 흡수된 1990년 10월 통일 이후 29년이 흘렀지만 동독 지역 주민들의 상실감과 소외감은 치유되지 않았고, 이는 AfD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독일 정부가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아 통일 이후 상황에 대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통일 이후 동·서독 격차는 크게 줄었다. 90년 통일 당시 동독의 경제 수준은 서독의 43%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75%까지 따라붙었으며 올해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옛 공산주의였던 동유럽 국가들과 비교할 때 옛 동독 지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폴란드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또 동독 실업률은 한때 18.4%에서 지난해 6.9%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동독 지역 주민들의 57%가 실질소득과 구매력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2등 국민’으로 여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동독 주민들이 “통일이 성공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38%에 그쳤다. 독일 역사학자 일코 자샤 코발추크는 AP통신 인터뷰에서 “베를린 붕괴 이후 헬무트 콜 총리는 ‘꽃이 만발한 풍경’을 약속했고, 동독 주민들 역시 통일에 대해 기대가 너무 컸다”고 지적했다.

동독 주민들의 박탈감에는 경제구조 문제가 꼽힌다. 독일 언론은 대기업과 연구소가 주로 서독에 몰려 있으며 동독은 하도급 제조공장 위주라고 지적했다.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매년 독일 내 500대 기업을 선정·발표하는데 500개 중 단 37개(7.4%) 기업만이 동독에 본사를 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베를린 동부 지역에 절반이 몰려 있다. 베를린을 제외하면 동독 지역에 본사를 둔 기업은 17개, 3.4%에 불과하다. 동독 지역의 젊은이들과 고급인력이 대부분 서독 지역으로 직업을 찾아 이주하는 상황에서 독일이 시리아 등에서 탈출한 100만명의 난민까지 받아들이자 동독 지역의 반난민 정서를 더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독일사회는 동독 주민들의 소외감과 극우 부상 현상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 격차에 주목하던 관점을 반성하면서 동독 주민들이 겪었을 심리를 이해해야 한다는 관점이 부상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달 ‘통일의 날’ 기념식에서 “통일은 진행 과정으로 완수는 끊임없는 임무”라고 언급했듯 독일에서 통일 후유증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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