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임기 4년 중 가장 피 말리는 시간이 다가온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대로 여야 모두 본격적인 공천 심사 모드에 돌입한다. 각 당의 공천심사위원회는 그야말로 의원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 현역 의원은 물론 정치 신인도 이 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4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런 만큼 누가 공심위원장으로 올지, 현역 의원 교체 비율은 얼마나 될지에 매번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어느 공심위든 공천 당시 휘두르는 힘은 막강하다. 하지만 그 결과가 좋았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렵다. 교체 비율을 강조하지만, 많이 바꾸는 게 정답은 아닌 듯하다. 역대 가장 일 안 하고 싸우기만 했다는 평가를 듣는 20대 국회의 초선 의원 비율은 44.0%였다. 20대 국회뿐 아니라 19대도, 18대도 초선 의원 비율은 50%에 육박했다.

공심위에서 떨어뜨려야 할 사람을 잘 걸러냈을까? 그 또한 판단이 쉽지 않다. 19대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했던 이들을 보자. 이해찬 문희상 유인태 노영민 강기정 등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이들은 현재 당 대표, 국회의장, 국회 사무총장, 대통령 비서실장, 청와대 정무수석을 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보면 당시 공천 심사가 잘 됐던 것이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매번 칼바람을 일으키며 대대적으로 바꾸는데도 왜 국회는 이 모양 이 꼴인 걸까? 만약 당신이 공심위원이 된다면, 당신은 어떤 능력을 가장 우선시하겠는가?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이번 국회가 어땠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대 국회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실력 없음’으로 정리된다. 잦은 파행으로 법안 통과율이 30%도 안 됐다. 유례가 드물게 높은 당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여당 의원들은 무력감을 호소했다. 야당이 번번이 발목을 잡아 중요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당으로서 쓸 수 있는 카드를 동원해 어떻게든 야당을 설득하는 것이 여당 의원의 정치력, 진짜 실력이 아닐까.

국정감사나 상임위원회 활동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야당 의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본질적인 논점보다 사소한 곁가지를 꼬투리 삼아 시간을 보낼 때가 적지 않았다. 국감은 매번 ‘맹탕 국감’이었다. 상임위에선 정책이 아니라 정쟁거리를 갖고 국무위원이나 부처 관계자에게 호통치는 모습밖에 남는 기억이 없다. 오죽하면 민주당 의원들이 “상임위나 예산결산위에서 야당 의원의 지적을 들으며 ‘여당으로서도 참 아프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었다”고 할까.

이런 20대 국회를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이 바로 여야 간 소통의 능력이었다. 여야 간 합의 처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뿐더러, 합의했다고 발표하고 다음 날 뒤집히거나 아예 없던 일이 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공존의 정치, 상생의 정치를 말하지만 과연 여야 간에 기본적인 신뢰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도 많았다.

그래서일까. 내가 공심위원이 된다면, 그 무엇보다 소통의 능력을 따져보자고 하겠다. 국회의 기본적인 활동은 토론과 협상을 통해 이뤄진다. 법안 하나를 잘 만드는 데도 다양한 의견을 많이 듣고 절충안을 만들어내는 조정 능력이 꼭 필요하다. 그러니 상대방이 누구이든 잘 경청할 수 있는지,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의 말도 끝까지 들을 수 있는지 검증해보면 좋겠다. 갑자기 ‘버럭’하거나 막무가내로 호통치지 않아도 충분히 자기 생각과 주장을 표현할 줄 아는지 따져보면 좋겠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인정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나만 옳다’, ‘우리가 선이다’는 아집에 빠져 내가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상대를 공격하고 조롱하는 사람은, 일단 탈락이다. ‘다름’과 ‘틀림’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정치적 협상이나 절충을 잘 해낼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전문가로서의 실력도 중요하고, 뚜렷한 정치 철학도 중요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의사소통과 협치의 능력이 없다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을, 20대 국회는 우리에게 충분히 보여줬다.

김나래 정치부 차장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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