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연합뉴스

조업 중인 어선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뒤 지난 2일 동해상 북방한계선(NLL)에서 우리 해군에 나포됐던 20대 북한 남성 2명이 7일 북한으로 추방됐다.

정부는 이날 오후 3시10분쯤 북한 선원 2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판문점을 통해 북한 주민을 퇴거 조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2명은 함께 조업에 나섰던 선장과 선원 16명을 선상에서 살해하고 도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들이 반인륜적인 살인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이혜훈 위원장에 따르면 북한 선원 A씨(22)와 B씨(23)는 지난 8월 15일 함경북도 김책항을 떠나 동해안 등지에서 오징어잡이를 하던 중 지난달 말 또 다른 공범 C씨와 함께 선상에서 도끼와 망치를 사용해 잔혹한 집단 살인을 저질렀다.

이들 3명은 선장의 가혹행위에 대한 불만이 쌓여 선장을 살해하기로 공모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한밤중 경계 근무를 서고 있던 선원 2명을 먼저 살해했다. 이어 조타실에서 누워 있던 선장을 둔기로 살해했다. 이들은 범행 사실이 밝혀지면 다른 동료들이 자신들을 해칠 것이라고 판단해 나머지 선원들도 모두 살해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머지 13명을 근무 교대 명목으로 2명씩 40분 간격으로 갑판 위로 불러내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

범행을 마친 3명은 인적이 드문 북한 자강도 지역으로 도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도피용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오징어를 팔려고 김책항으로 돌아갔다가 먼저 배에서 내려 돌아다니던 C씨가 단속에 걸렸다. 이에 A씨와 B씨는 바로 배를 돌려 목적지 없이 도망쳤다. 이들은 북한 경비정의 추격을 받았고, NLL 남측으로 넘어와 우리 해군과 조우한 뒤에도 이틀간 도주극을 벌였다. 해군은 지난 2일 오전 이 선박을 나포했다.

붙잡힌 두 사람은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는 수용하지 않았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들은 우리 해군에 제압된 직후 귀순 의사를 표명했으나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해 추방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는 북한 선원 추방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먼저 알려진 것과 관련해 정부의 은폐 의혹도 제기됐다. 추방 사실은 외통위 회의에 참석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한 언론에 포착되면서 알려졌다. 이 문자메시지에는 “북한 선원 2명이 강원도 삼척으로 내려왔고 이날 오후 3시 판문점을 통해서 북송을 진행 중이며, 선원들의 자해 위험이 있어 경찰이 에스코트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해 위협이 거론된 것을 근거로 강제 북송 의혹도 제기했다.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을 북한으로 추방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인 데다, 관련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북한이탈주민법은 테러·살인 등 중대한 범죄자나 위장탈북자 등을 보호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으로의 추방’은 명시돼 있지 않다. 또 남북 간에 범죄인 인도협정도 체결돼 있지 않다. 통일부 관계자는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전례가 없던 일로, 이 사항에 대한 적절한 규정이 없어 정부 부처 합동으로 회의를 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5일 개성남북연락사무소를 통해 이들의 추방 계획을 서면으로 통보했고, 북측은 6일 인수 의사를 밝혀 왔다.

손재호 김용현 기자 sayho@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