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9일(현지시간) 앨라배마주 투스칼루사 공항에 도착한 뒤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앨라배마 대학과 루이지애나 대학 간의 풋볼 경기를 관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지난 9월 2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 카드를 꺼낸 지 약 7주가 지났다. 초기 국면의 여론조사들을 종합하면, 탄핵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높다. 그러나 실제 탄핵이 이뤄질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우세하다.

탄핵 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리한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너에 계속 몰리는 형국이지만 아직은 탄핵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니다. 민주당이 오는 13일(현지시간)부터 탄핵 조사 공개 청문회를 개최키로 한 것은 새로운 변수다. TV로 생중계되는 청문회에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나올 경우 여론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10월 중순 이후 미국 언론들의 여론조사를 보면, 탄핵 찬성 비율이 반대보다 3∼7% 포인트 높게 나온다. 그렇지만 찬성 여론이 압도적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이 정도 격차로는 탄핵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이 민주당의 고민이다.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 탄핵 절차는 다르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2017년 3월 10일 당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미국에는 이런 절차가 없다. 미국의 탄핵 심판은 정치적 결정에 가깝다.

미국에선 하원(재적의원 과반 찬성)에 이어 상원(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표결로 대통령 탄핵 여부가 결정된다. 한국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에도 여론이 영향을 미치지만, 미국의 탄핵은 여론에 더 민감하다. 유권자를 의식해야 하는 의원들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미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다. 탄핵을 위해선 최소 20명 이상의 공화당 반란표가 필요하다. 여론조사에서 3∼7% 포인트 우세로는 이탈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선 더 폭발적인 찬성 여론이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탄핵 반대 여론이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몬머스대학이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탄핵 반대가 탄핵 찬성보다 7% 포인트 높게 나왔다. 종종 나오는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탄핵 찬성 여론이 많다는 평가에 의문을 던진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놓고 지지 정당별로 국민이 둘로 갈라졌다는 것은 새로운 뉴스거리가 아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82∼87%는 탄핵 찬성 입장이고, 공화당 지지자들의 81∼92%는 탄핵 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결국 탄핵의 키는 부동층이 쥐고 있다. 하지만 부동층 표심은 아직 탄핵 찬성으로 확실히 기울지 않았다. 탄핵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부동층에서도 탄핵 찬성이 4∼9% 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부동층의 탄핵 반대가 더 높았다. 특히 보수 성향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는 부동층의 탄핵 반대가 47%로, 탄핵 찬성(38%)보다 9% 포인트나 더 높았다.

‘트럼프 탄핵’의 또 다른 장벽은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을 저질렀지만 탄핵까지 될 만한 사유는 아니다”는 의견이다. USA투데이와 서포크대학이 지난달 23∼26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런 답변이 21%를 차지했다.

민주당에 부정적인 소식은 더 있다. AP통신과 NORC센터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3%가 “탄핵 조사에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이 정략적인 이유로 탄핵 조사를 추진하고 있다는 응답이 과반을 차지한 것이다.

뉴욕타임스와 시에나칼리지가 2020년 대선의 접전지역 6개주(플로리다주·펜실베이니아주·미시간주·위스콘신주·노스캐롤라이나주·애리조나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10월 13∼20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민주당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 조사에서는 트럼프 탄핵 반대가 53%로, 탄핵 찬성 43%보다 10% 포인트 높았다. 내년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6개 접전주에서 탄핵 반대 비율이 더 높게 나온 것이다. 다만, 탄핵 조사 자체에는 찬성(50%) 비율이 반대(45%)보다 높았다는 점이 민주당으로선 위안거리다. 탄핵 조사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탄핵 자체에는 반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 접전 지역 민심이라는 게 확인된 셈이다.

하원 탄핵 조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로 모는 증언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이 군사 지원과 백악관 초청을 미끼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부자의 뒷조사를 요구했다고 증언한 내용이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탄핵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녹다운 시킬 결정타가 없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은 공개 청문회라는 히든카드를 꺼냈다. 전·현직 정부 당국자들이 TV로 생중계되는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치명타를 입힐 증언들을 내놓을 수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비공개로 증인 조사를 했고 청취한 증언들을 녹취록 형태로 공개해왔다. CNN방송은 공개 청문회와 관련해 “탄핵 조사의 새로운 단계”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탄핵 직전 스스로 사임했던 1973년 ‘워터게이트 청문회’의 재연을 기대하고 있다. 당시 ABC·CBS·NBC방송이 돌아가며 250시간에 달하는 청문회를 중계했으며 시청자 71%가 시청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TV 청문회를 통해 탄핵 여론을 폭발시키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의도다. 그러나 민주당 기대와 달리 TV 청문회에서 김빠진 증언만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TV 청문회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예민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폭풍 트위터 글을 올리며 탄핵 조사를 맹비난하고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또 다른 통화 녹취록을 12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13일 공개 청문회 전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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