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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 기자 성기철의 수다] 외모보다 중요한 것


외모중시 극심, 성형민국 오명… 꽃미남 하딩 대통령 실패 교훈
비교말고 자존감 갖는 게 중요… 매너 표정 화법에서 매력 찾자


며칠 전 고향친구가 단체 카톡방에 이런 우스개 글을 올렸다. “친구들아 지금 죽으면 안 된다. 어떤 사람이 죽어 천국에 갔는데 한창 공사 중이어서 들어가지 못했단다. 무슨 공사인지 물었더니 한국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하도 많이 하는 바람에 천국에서 본인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커 생체자동인식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네.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니 참고하길.” 꽤나 알려진 버전 아닐까 싶은데, 농담으로 웃어넘기기엔 자못 씁쓸한 얘기다.

우리의 외모 중시, 성형 풍조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직장 다니는 딸아이들 얘기. “젊은 외국인을 만날 때 첫인사가 성형인 경우가 종종 있다. 대놓고 너도 성형을 했느냐, 어느 부위를 했느냐고 묻는다. 마치 한국인 모두가 성형수술을 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건 정말 부끄럽고 속상하는 일이다.” 성형수술을 모두가 하는 건 당연히 아니겠지만 참 많이 하는 건 사실이다. 서울 강남 거리를 걸어보라. 건물마다 성형외과 간판이다. ‘성형민국’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외모가 좋으면 세상 살아가는 데 다소 유리한 건 사실이다. 사람의 겉보다 속을 보라고 다들 말하지만 먼저 보이는 게 겉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외모는 처음 내미는 명함이란 말도 있다. 당나라 때 정립돼 조선에까지 건너온 관리채용 기준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굳이 잘못된 것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신(身)은 건강과 외모를 뜻하는 개념일 텐데, 4개 덕목 중 제일로 꼽혔다.

외모가 중시되는 건 아름다움을 좋아하고 추한 것을 싫어하는 인간 본성 때문이라고 본다.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 몸매가 좋은 사람에 대한 이끌림은 본능에 가깝다. 조선시대 도학정치를 추구했던 조광조도 미모의 여성한테 눈길이 갔던 모양이다. 기묘사화 때 조광조 등 사림파 숙청에 앞장선 남곤과 얽힌 일화 한 토막.

“조광조가 소싯적 어느 날 남곤과 함께 길을 가는데 미모의 여인이 옆을 지나갔다. 조광조는 자신도 모르게 자꾸 뒤를 돌아보며 눈길을 보냈지만 남곤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갔다. 집에 돌아온 조광조는 이를 부끄럽게 여기며 어머니 앞에서 자신을 한탄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의외로 남곤을 가리켜 인간미 없는 차갑고 모진 사람이라 언젠가는 많은 사람의 피를 흘리게 할 거라고 단정하면서 그와의 교유를 금하라고 일렀다.”(손문호의 ‘옛사람의 편지’)

나이깨나 먹은 나도 얼굴 점 빼고 머리숱에 신경 쓰고 있으니 내심 ‘조광조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겠다. 그럴진대 젊은이들이 성형외과나 피부과, 치과를 찾아 외모 가꾸는 걸 어떻게 탓할 수 있겠는가. 취향에 따라선 외모에 최고의 비중을 두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외모지상주의가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 내면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기도 전에 외모에 가치의 중심을 두고 평가하는 풍조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외모지상주의가 타파돼야 하는 이유는 이른바 ‘워런 하딩의 오류’가 잘 설명해준다. 1921년부터 2년간 미국 대통령을 지낸 워런 하딩은 그 시절 꽃미남의 대명사였다. 잘생겼다는 이유로 상원의원 시절부터 열렬 지지자들을 몰고 다녔다. 때마침 대통령 선거에서 전체 여성한테 처음 투표권이 부여된 데 힘입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 그가 압승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딩은 유약하고 무능한 데다 도박과 불륜 등 막장에 가까운 사생활이 드러나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대중매체, 특히 영상매체가 외모지상주의를 끝없이 부추기고 있다. 외모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부분에 대한 평가까지 외모와 연결짓다보면 엉뚱한 피해자가 생긴다. 못생겼다는 이유로 능력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이 때문에 취업 불이익을 포함해 생존권을 위협받는 경우도 있다. 외모를 관리하려면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시간과 돈이 적은 사람이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불공평 구조다.

외모지상주의 탓에 삶에 자신감을 잃거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겪는 젊은이가 적지 않다는 사실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우리 구성원 모두가 각성하고 책임져야 할 사회 병리다. 외모지상주의를 완화, 혹은 퇴치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개혁을 서둘러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개인 스스로가 외모지상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외모에 뚜렷한 주관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적 자기계발 전문가이자 심리학자인 웨인 다이어의 조언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내 몸이 바로 나다. 그러므로 자신의 몸을 싫어한다는 것은 자신을 인간으로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말이나 매한가지다. (중략) 자신의 신체를 좋아하겠다고 결심하고 자신의 신체가 자신에게 소중하고 매력적이라고 스스로에게 선언하라.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비교나 평가는 거들떠보지도 말라.”(오현정 번역 ‘행복한 이기주의자’) 자존감이 중요하다는 뜻이겠다.

자기 외모에 높은 수준의 자신감을 갖고 사는 사람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 아마도 비율이 그렇게 높진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자신이 없다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외모 가꾸기에 몰두하는 대신 자기만의 독특한 매력 발굴에 나섰으면 좋겠다. 멋진 웃음, 밝은 표정, 청아한 목소리, 품격 있는 화법, 시의적절한 유머, 예절과 센스….

개그맨 유재석과 탤런트 공효진이 외모가 출중해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건 아니다.

성기철 경영전략실장 겸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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