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펭수를 모르면 일단 자신이 꼰대 대열에 합류할 조짐이 있다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그다음, 그게 뭔지 한 번 동영상을 보거나 검색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무심하게 있으면 합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다음, 유튜브나 TV를 통해 몇 번 본 뒤에도 좋든 싫든 도대체 아무런 감흥이 없다면 확실히 꼰대군에 포함됐다는 합리적 판단을 하는 게 좋겠다.

펭수는 2019년 4월 교육방송(EBS) 봄 개편으로 신설된 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의 주인공인 남극에서 온 펭귄이다. TV 프로그램이지만 사실상 유튜브 기반이며, 가상 캐릭터이지만 실체가 있다. 어린이용으로 만들어졌지만 20, 30대가 열광한다. 펭수의 직설적인 화법이 젊은 어른들을 강타했다. ‘어른들의 뽀통령’이라 할 만하다. 그의 직설 화법을 글로 아무리 설명해봐야 별로 와닿지 않는다. 그냥 보면 된다. 단지 직설 화법으로만 인기를 얻었을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요즘의 대세라 불러도 크게 무리가 없을 ‘B급 문화’ 현상이라고 보는 편이 설득력 있다. 펭수는 어른들의 점잖은 척함, 근엄함, 가식, 꼰대질을 그 자리에서 막말급으로 지른다. 불공정이나 갑질 같은 것들에 너무나도 예민한 20, 30대 감성이 속이 다 시원하다는 걸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류 또는 촌스럽다 정도의 느낌으로 단순한 재미를 추구하는 문화 코드를 B급 문화라고 한다. 의상이나 언행 등이 저급한 콘텐츠로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는 할리우드의 B급 영화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저질이란 거다. 그런데 진화했다. 촌스러운데 재미가 있고, 고리타분한데 새로운 뭔가가 더해진 것 같다. ‘묻고 따블로 가’ ‘마포대교가 무너졌냐’ ‘사딸라’ 같은 말들이 유행하는 것도 이른바 레트로(retro)현상이 더해진 B급 문화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다. B급 문화에는 뭔가 가려운 곳을 콕 긁어주는 시원함, 가식을 들춰내는 통쾌함, ‘근데 뭐가 어때서’ 하는 여유로운 상쾌함이 어우러진 풍자와 패러디가 있다. 게다가 기득권(또는 금수저)의 탐욕이나 갑질에 일격을 가하는 짜릿함도 언뜻 배어 있다. 물론 상위층에 끼어들 능력이 없는 이들의 막된 언동쯤으로 보는 경직된 이들도 있지만.

B급 문화는 격식을 깨는 방법으로 반항과 반란의 즐거움을 갈구하는 인간의 솔직한 본능을 푹 찌른다. 그래서 유쾌하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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