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TV 캡처

부채만 5400억원에 이르는 재향군인회(향군)가 전문성이 떨어지거나 자격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군 고위직 출신 인사들을 산하 기업체의 전문경영인으로 대거 채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대군인들의 친목 단체인 향군은 소유 기업의 연 매출이 3500억원을 넘는다.

향군을 관리·감독하는 국가보훈처는 2016년 향군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산하 업체 전문경영인 채용 요건을 강화했다. 기업 임원으로 3년 이상 근무했거나 군 출신이더라도 유관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대해 경영 전문성과 채용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향군은 3개의 직영본부와 7개 계열사 등을 통해 수익 사업을 하고 있다. 국내 3대 고속버스 업체에 속하는 중앙고속, 선수금(회원비) 기준 업계 4위인 재향군인회상조회가 대표적인 계열사다.

국민일보가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전문경영인 선정 자료에 따르면 향군 산하 기업 10곳 중 8곳의 임원이 군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장성급 5명, 영관급 3명)이었다. 이들 대다수는 해당 기업의 사업 영역과 연관성이 적다.

2017년 11월 취임한 중앙고속 A대표는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예비역 육군 중장이다. 전역 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상임고문으로 일했지만 고속버스 업체 관련 전문성은 떨어진다. 불용품 처리 업체 향우실업의 C대표는 태권도장 운영이 주요 이력이다. 육군 대령 출신인 C대표는 군에 있을 때도 육군 태권도 대표팀을 지도하는 등 태권도 전문가로 통했다. 용역 사업을 하는 종합사업본부 D대표는 공중강습여단장을 지낸 예비역 육군 준장이며 경영 경험은 없다. 향우산업(해병 준장), 향군상조회(육군 준장), 휴게소사업본부(육군 소장)에도 해당 분야 전문가가 아닌 군 고위직 출신이 대표로 있다.

전문경영인 채용 평가도 요식 행위 수준에 그치고 있다. 향군 산하 기업 대표들 대부분이 채용 평가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고 채용됐다. A대표는 채용 당시 10명의 평가위원 중 9명으로부터 만점을 받았고, 휴게소사업본부 E대표는 전원 만점으로 채용이 확정됐다. 용역 업체인 향우종합관리는 2017년 전문경영인 채용 때 최고점이 아닌 차점을 받은 인물을 대표로 낙점했다.

향군 산하 기업들의 경영 실적은 낙제 수준이다. 10곳 중 6곳이 지난해 적자를 냈다. 중앙고속(-47억원) 향군상조회(-77억원) 종합사업본부(-14억원) 향군타워사업본부(-75억원) 등 주요 계열사들의 적자 폭이 큰 상황이다. 향군 산하 기업들은 2017년부터 2년 연속 2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 중이다.

향군 관계자는 “공개 채용을 하고 있지만 낮은 처우로 민간기업 수준의 경영인을 채용할 여력이 안 된다”며 “경영 전반에 관한 사항은 향군 본부에서 담당하고, 산하 기업체 대표들은 조직관리에 집중하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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