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초등학교 시절엔 가정방문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학생들의 집을 찾아갔지요. 궁벽한 시절, 설레기보다 부끄러운 시간이었습니다.

시인 반칠환의 ‘가정방문’에는 그런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마을에서 제일 외딴집,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지기 집에 선생님이 찾아옵니다. 차라리 안 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불쑥 감나무 아래 선생님이 보입니다. 뒤란과 콩밭에 숨고 산으로 도망치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열무밭 매던 엄마가 허겁지겁 달려오는데 그 모습이 가관입니다. 감물 든 큰형의 속옷에 넥타이를 허리띠로 동여맨 고무줄 헐건 몸뻬바지와 셋째 형이 신던 검은색 훈련화를 신고 손에는 흙 묻은 호미…. 방안에 들어와 그런 엄마 곁에 붙어 있는데 기름때 묻은 사기 등잔과 숭숭 구멍이 난 창호지, 흙 쏟아지는 벽, 쥐들이 내달리다 아무 데나 오줌을 싸 축 처진 안방 천장, 잡풀 돋는 헛간 지붕, 갑자기 그 모든 것들이 용용 죽겠지 약 올리듯 눈을 꿈쩍이며 선생님 나 여기 있다고 소리를 질러대는 것 같으니 얼굴만 화끈거릴 뿐입니다.

시를 읽는 내내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누추하기 이를 데 없는 우리를 찾아오시는 주님입니다. 주님을 모시기에 우리는 자격이 없습니다. 예배를 드리거나 기도할 때 언제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자격 없음입니다.

한희철 목사(정릉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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