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규모 개발사업의 토지보상금을 지급할 때 현금 비율을 40% 수준(현행 95%)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금 대신 토지(대토보상)나 채권(채권보상)으로 지급한다. 또 대토보상권이 편법 거래돼 현금화하는 걸 철저히 막는다. 막대한 규모의 토지보상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돼 과열을 유발하는 걸 차단하는 ‘선제 조치’다. 첫 번째 과녁은 내년부터 토지보상금이 본격적으로 풀리는 3기 신도시다. 3기 신도시의 전체 토지보상금은 32조원에 이른다.

그동안 정부는 주택 공급을 늘리거나 분양가상한제처럼 공급가격을 통제하는 식의 부동산 대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동산시장을 들썩이게 만들 수 있는 ‘유동성’을 흡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실상 문재인정부의 마지막 부동산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공익사업에 따른 토지보상금 유동성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국토부 주택토지실은 지난달 세부 방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다만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발표 등의 굵직한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잠시 발표를 보류하고 있다. 국토부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막판 협의를 거친 뒤 향후 부동산시장의 현금 유동성이 커지는 시점에 맞춰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의 유동성 관리 방안은 3기 신도시 조성 등 공익사업에 따른 토지보상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드는 걸 차단하는 게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국토부는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의 현금보상 비율을 ‘40% 이하’로 유지할 방침이다. 대토보상권 전매금지 강화, 대토보상 활성화, 채권보상 활성화라는 3가지 중심 축도 마련했다. 현금을 줄이고 대신 토지나 채권으로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막대한 토지보상금이 예정돼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9~2018년 연평균 토지보상금은 15조9000억원이었다. 그런데 올해 12조6000억원, 내년 16조4000억원, 2021년 23조6000억원으로 토지보상금 규모가 급증한다. 3기 신도시 조성사업 관련 토지보상금은 2021년에 나가는 12조3132억원을 포함해 모두 32조3566억원에 이른다.


토지보상금이 고스란히 현금으로 지급되면 부동산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인근 부동산에 유입돼 주택이나 땅값을 올리고, 전체 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참여정부 때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시작한 2기 신도시 사업은 유동성을 확대시키면서 집값 상승을 촉발했다. 여기에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 조성, 혁신도시, 기업도시 건설 등에 따른 토지보상금까지 가세해 부동산시장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2006~2007년 풀린 토지보상금은 약 60조원에 달했고, 이 기간에 전국 땅값은 10%, 아파트 가격은 20% 뛰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32%나 급등했다. 공급을 늘리는 정책이 되레 부동산시장의 ‘투기 광풍’을 낳았었다.

국토부는 3기 신도시 조성사업으로 2006~2007년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강력한 선제 조치를 내놓고 시장에 풀릴 유동성을 줄이겠다고 결정했다. 토지보상금이 풀리면서 유동성 자체가 커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대로 부동산 투기 수요로 유입되지 않도록 적절한 관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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