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서울 중구 신한카드 본사에 있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산 뒤 ‘페이스 페이’로 결제하고 있다. 페이스 페이는 안면 인식 정보만 등록하면 카드나 스마트폰 없이도 결제가 가능한 혁신금융 서비스다. 신한카드 제공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혁신’이 일상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1일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시행한 이후 현재까지 혁신금융 서비스 사업이 60건에 이른다고 15일 밝혔다. 이 가운데 15건은 시장에 나왔거나 시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모래 놀이터처럼 혁신서비스 대상 업체를 대상으로 규제에서 벗어나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영국은 2014년 런던을 글로벌 핀테크 혁신도시로 키우겠다며 샌드박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일본 싱가포르 등 금융 선진국들도 핀테크산업 발전을 위해 샌드박스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모래 놀이터’에서 어떤 혁신금융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을까. 세상에 나올 채비를 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살펴봤다.

혁신은 ‘사랑’을 싣고

김정은(39·여)씨는 2001년을 떠올리면 마음이 저민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가족처럼 애지중지 키웠던 반려견 초이가 여덟 살이 되던 그 해 자궁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새끼 시절부터 피부병을 앓던 초이는 말년까지 동물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야 했다. 김씨는 “한 달에 거의 15만~20만원이 들었지만 아이(초이)가 건강할 수만 있다면 돈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강아지도 사람처럼 건강관리를 받는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반려동물도 좋고, 반려동물 보험사도 보험금을 아낄 수 있어서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 스타트업인 ‘스몰티켓’의 대표다. 스몰티켓은 고객에게 최적화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한다. 핵심은 ‘리워드(보상) 서비스’다. 스몰티켓은 한화손해보험의 ‘펫플러스 보험’에 포인트 혜택을 더해 지난 7월 24일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됐다. 이 보험은 반려동물이 설정 목표만큼 건강해지면 포인트 혜택을 준다. 포인트는 반려동물 관련 가맹점에서 쓸 수 있다.

김씨는 “노령견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 상한선을 만 7세에서 만 11세로 높였다”며 “앞으로 리워드 프로그램은 반려동물 건강관리 상담 서비스와 함께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마세요

신한카드 이재영(45) 팀장은 점심식사 시간에도 신용카드를 꺼내지 않는다. 사내 식당을 이용할 때 안면인식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대면 1초도 되지 않아 식권 구매가 끝난다. 식사 후 디저트를 사러 사내 편의점에 가서도 얼굴로 결제한다. 이 팀장은 “얼굴만 있으면 모든 결제가 가능하다.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페이’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8월부터 ‘페이스 페이’(얼굴 인식 결제)를 서울 중구 신한카드 본사 안에 있는 식당, 카페, 편의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한양대에 설치해 학생, 교직원들이 교내 신한카드 가맹점에서 페이스 페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안면 인식 정보만 등록하면 카드나 스마트폰 없이도 결제가 가능하다. 3D(3차원) 적외선 카메라로 얼굴 형태를 인식하는 방식인데, 개인 사진을 저장하는 게 아니라서 사생활 침해 우려도 없다.


뱅크샐러드로 유명한 레이니스트는 젊은층에게 가입·해지가 손쉬운 보험상품 ‘스위치 보험’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6월 24일에 처음 내놓았는데, 9월 초 기준으로 스위치 보험에 가입한 20, 30대 비율이 전체 가입자의 75%에 달한다. 인기 비결은 보험 가입과 해지 시 거쳐야 하는 모든 귀찮은 절차의 생략에 있다. 한 번만 인증 절차를 거치면 된다. 이후로는 날짜를 입력하면 보험료가 자동 산정된다. 여행 나갈 일이 생기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터치 한 번으로 스위치를 켜거나 끄는 식으로 보험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환전’ 서비스를 연내에 선보일 예정이다. 차에 탄 상태에서 패스트푸드나 커피를 주문해 받는 것처럼 환전도 차를 탄 채 면세점에서 바로 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면세점 지하주차장에 환전소를 설치해 은행 영업점을 일일이 방문하는 수고를 덜게 할 예정이다. 쇼핑갈 때마다 환전을 신청하고 당일 바로 현금을 수령할 수 있는 구조다.

금융 소비자를 널리 이롭게

신한카드 ‘마이크레딧’은 신한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CB) 모델을 만든 사업이다. 지난달 1일 선을 보였고, 소상공인 대출 문턱을 낮추는 데 활용되고 있다. 1억원 미만의 영세사업자 매출 규모까지 자세하게 예측할 수 있다. 동시에 계좌 잔액이 없어도 신용카드를 이용한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도 선보였다. 신한 페이판 앱으로 송금하면 수신자 스마트폰으로 문자가 발송된다. 수신자가 승인하면 계좌이체가 완료된다.


BC카드는 개인사업자 QR(격자무늬 코드)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았다. 가맹점으로 등록된 노점이나 푸드트럭에서도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그동안 간편결제 서비스는 디지털 플랫폼 기반이 없는 노점상과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하지만 BC카드 페이북 애플리케이션에서 QR코드를 스캔하고 가격을 입력하면 저절로 결제가 이뤄진다.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사먹을 때나 한강 푸드트럭에서 스테이크를 사먹을 때 등에도 현금을 가져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BC카드는 중국의 신용카드 운영 회사인 유니온페이와 제휴도 맺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여행객도 환전하지 않아도 BC카드 가맹점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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