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검찰 소환을 앞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아내가 돈을 보내 달라고 해서 보내줬지만, 그 돈이 더블유에프엠(WFM) 주식 매수에 쓰이는지는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월쯤 청와대 인근 현금입출금기(ATM)로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수천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다. 동시에 아내의 미공개 정보 이용에 따른 주식 취득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장관이 자신의 ATM 송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앞선 검찰 수사 결과 정 교수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WFM 12만주를 차명 취득한 일은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자본시장범죄로 판명됐다. 저가 매수로 인한 부당이득은 2억8083만여원으로 계산됐다. 법조계는 이를 두고 직무 범위가 광범위했고 정 교수의 ‘경제공동체’인 조 전 장관의 뇌물 혐의로 연결될 수 있다고 관측해 왔다.

1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 전 장관은 최근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의 변호사들과 자문회의 성격의 만남을 갖고 정 교수에게 송금을 하긴 했지만 문제성 주식거래를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말했다. 정 교수가 여러 자산 증식수단을 활용하는 것은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WFM 주식을 차명으로 취득했다거나 실물주권을 보관했다는 등의 일은 몰랐다는 항변이다. 지난 11일 추가 기소된 정 교수의 공소장에는 정 교수가 지난해 1월 우모 대표의 유니퀀텀홀딩스로부터 WFM 12만주를 사들여 미실현이익을 포함해 3억원에 가까운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적시돼 있다.

조 전 장관이 당시 청와대 인근의 ATM을 이용해 정 교수에게 수천만원을 송금한 정황은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의 WFM 매수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 증거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WFM이 정부가 강조하던 2차전지 업체로 탈바꿈했다는 사실은 민정수석의 직무와 관련돼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변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내의 경제활동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를 전후해서도 “사모펀드 자체를 몰랐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정 교수를 변호하던 LKB앤파트너스와 법무법인 다산의 변호사들을 거의 그대로 자신의 변호인단으로 꾸릴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이미 정 교수 수사에 대응해온 만큼 사모펀드 관련 사안을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나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들은 검찰이 조 전 장관의 뇌물 혐의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로펌의 변호사들은 앞서 조 전 장관의 서울대 교수 연구실이 압수수색될 때 변호인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식 변호인으로 선임됐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선임계를 정식으로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변호인단에 합류할 예정인 한 인사는 “선임계는 조 전 장관이 검찰에 소환되면 그때 입회하며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소환 시기는 아직 조율되지 않았다. 정 교수를 구속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조 전 장관의 소환에 앞서 딸 조모(28)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아내의 사모펀드 관련 사실관계를 재차 다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 교수가 공직자 재산등록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식을 차명 보유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조 전 장관의 공직자윤리법위반 혐의는 일단 굳어져 있다. 검찰이 준비한 질문지가 수백 페이지에 달한다는 말도 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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