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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전재우] 포털의 더 통큰 결단을 기대한다


‘토스 행운퀴즈’ ‘이상민 샴푸 140만’ ‘신세경 데님 레깅스’ 등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급검)를 보면서 어뷰징(abusing) 기사에 따른 검색어라고 짐작하곤 굳이 클릭해서 확인하지 않았다. 마케팅 일환인 정기 퀴즈 이벤트였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과거 실급검을 찾아 검색했다. 검색결과 상단에 브랜드 광고가, 밑으로 10여건의 기사가 묶여 나왔다. 검색어별로 달랐지만 기사 수는 대체로 100건을 훌쩍 넘었다. 블로그 포스트 카페 쇼핑 등의 영역에도 엄청난 수의 게시물이 있었다. 두 달 전 실급검 순위에 올랐던 조국 전 장관 관련 검색어와 마찬가지로 포털의 검색 알고리즘을 피해 특정 단어를 실급검 순위에 올리려는 ‘머리 좋은’ 시도였다. 지난 칼럼에서 지적했듯 사람이 만든 알고리즘에 허점은 있게 마련이고 어떻게든 우회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초 기업의 광고성 키워드 검색 유도에 대해 포털이 본래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조사를 요구했다. 해당 기업은 이벤트 방식을 바꿨고, 포털은 광고성 검색어의 실급검 순위 진입을 막도록 알고리즘을 정비하는 중이라고 했다.

검색결과로 나열된 기사를 일일이 눌러보지 않았지만 대체로 어뷰징 기사로 보였다.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는 행위, 언론에서는 제목이나 내용을 일부 바꿔 베껴 쓰고 유통하는 행태를 뜻한다. 10여년 전부터 어뷰징은 포털과 언론의 문젯거리였다. 포털과 언론의 기사 유통구조 때문에 생겼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 때문에 해결방법을 내놓지 못했다. 언론과 포털은 수익이라는 작은 막대사탕을 놓을 줄 몰랐고,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으름장을 놓았으며, 그사이 잘 아는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늦었지만 포털 사업자들이 해결책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는 지난달 25일 카카오톡 뉴스 서비스의 실급검을 뺐다. 다음의 실급검 기능을 개편하는 방안도 고민하겠다고 했다. 다음 연예뉴스 댓글은 폐지했고 인물 연관 검색어는 올해 안에 폐지할 예정이다. 트래픽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하고 기사 유통을 담당하는 포털의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로 보였다.

네이버도 기사 어뷰징을 해결하기 위해 칼을 뺐다. 카카오와 달리 실급검과 댓글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12일 진행한 ‘2019 네이버 미디어 커넥트 데이’ 행사에서 기사 어뷰징을 막기 위해 ‘낫 굿 팩터(Not good factor)’ 알고리즘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색 알고리즘으로 ‘실급검 대응 키워드 기사’ ‘비정상적 작성시간 기사’ ‘가십성 기사’ ‘특정 패턴’ 등을 걸러내겠다는 것이다. 특정 인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용을 기사로 다루는 것도 어뷰징에 포함됐다. 그래도 어뷰징 기사를 내놓는 언론사는 영업 수익 배분에서 벌칙을 받는다. 원래 받을 금액의 절반 이하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네이버 뉴스처럼 보이는 기사를 제공하는 ‘인링크’ 제휴 언론사의 어뷰징 기사 유통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을 듯 보인다. SNS로 노출되는 유명인의 사생활이 기사로 다뤄지지 않으면 악성 댓글의 스트레스도 조금 줄지 않을까 싶다. 어뷰징을 막고 양질의 뉴스로 언론사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에 주력하기 위해 네이버가 뉴스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포기한 만큼 기사 어뷰징을 줄이는 성과를 거뒀으면 한다. ‘미디어 커넥트 데이’에서 발표자는 “모바일 네이버 뉴스 판의 100만 구독자 돌파를 축하하는 사용자의 응원 댓글 중 ‘진실된 보도를 기대합니다. 우리 사회의 등대가 되어 달라’는 댓글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수익 배분 시행 전에 공식을 좀더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정교하게 가다듬었으면 한다. 순방문자수와 조회수 등 양적 요인의 평가 비율이 좋은 기사를 평가하는 질적 요인의 비율보다 높다면 네이버 뉴스 트래픽을 늘리기 위해 다른 방식의 어뷰징과 연성 기사가 늘어날 수 있다. 뉴스 수익도 포기했는데 종국에는 실급검도 없애고 기사 연결도 모두 언론사로 보내는 아웃링크 방식으로 바꾸면 더 좋겠지만….

전재우 사회2부 부장 jw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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