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행하는 대규모 택지사업이 수도권 부동산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정부 내부에서 나왔다. 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을 늘리는 택지사업이 수도권 주택가격 및 지가를 큰 폭으로 상승시키는 ‘상관성’이 증명된 것이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주택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내세우면서도, 내년 수도권에 3기 신도시를 조성하는 대규모 택지사업 시행을 앞두고 있다. 내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보일 경우 3기 신도시 사업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13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정부의 택지사업 토지보상금은 수도권 주택·토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3기 신도시 사업비를 기준으로 정부의 대규모 사업이 유형별로 부동산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내부적으로 연구한 결과다.

정부의 택지사업은 전국의 주택가격을 0.02%, 지방 주택가격을 0.37% 하락시킨다. 반면 수도권 주택가격을 0.19% 상승시킨다. 특히 서울 주택가격은 0.25% 끌어올린다. 택지사업은 수도권 땅값도 요동치게 만든다. 수도권 지가를 0.44%, 서울 지가는 0.37% 올린다. 지방이 0.22% 상승하는 데 비해 두드러진다. 택지사업으로 집행되는 토지보상금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과의 양극화를 일으키는 셈이다.

현재 택지사업이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시장의 간극을 키워 ‘수도권 쏠림’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투기 수요가 수도권으로 흘러들어 국지적 과열을 심화시키는 식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최근 들어 수도권 택지사업으로 토지보상금을 받은 이들이 투자 차원에서 서울의 주택을 구매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부 사업들 역시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수도권이나 지방이나 비슷한 수준의 상승세를 일으키면서 국지적 과열로 이어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내년부터 3기 신도시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는 만큼 유동성 관리에 ‘속도전’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3기 신도시 사업으로만 총 32조원에 이르는 토지보상금이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전망이다(국민일보 2019년 11월 13일자 1~3면 기사 참조). 심 교수는 “공급을 늘리는 정부 정책이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 다만 정부가 유동성 관리방안을 빨리 확정해 택지사업 대상지역 주민들의 불확실성을 빠르게 제거해야 시장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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