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심장 대구가 총선을 앞두고 들썩이고 있다. 대구 지역 출마와 관련해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당은 호락호락 ‘꽃길’을 내주지 않을 태세다. 당사자들은 출마를 공식화한 적이 없다면서도 지도부를 향해 ‘신경 쓰지 마라’ ‘교통정리를 해 달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13일 페이스북 글에서 “21대 총선은 황교안 대표가 책임지는 것이지, 내가 할 역할은 없다”면서 “내 거취를 두고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대구 출마설이 제기된 데 대해 당내에서 험지 출마 요구가 잇따르자 이를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홍 전 대표는 “15대 총선 때 당시로선 험지였던 서울 송파갑에 출마한 이래 험지인 서울 동대문을에서 내리 3선을 했다. 민주당에 빼앗겼던 경남지사 자리를 압도적 표차로 되찾았고, 궤멸 직전까지 갔던 당을 대선 득표율 24.1%까지 올려놓았다”며 “지난 24년 동안 험지에서 활동하며 당에 무한 헌신을 해 왔다”고 강조했다.

홍 전 대표는 정치 상황을 고려해 내년 1월쯤 출마 지역을 밝히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역 정치권에선 그가 대구에 출마할 것이란 얘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대구 수성갑 지역 출마가 거론되는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험지에 출마하라는 당내 목소리에 “당이 요구하면 험지 출마도 마다하지 않겠다”면서도 “당의 구체적인 전략과 제안이 있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지난 6월 미국에서 귀국한 김 전 위원장은 대구 지역을 주 무대로 정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 측은 “무작정 험지에 출마하라고 해서 바로 준비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김 전 위원장이 연고가 깊은 수성갑 지역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이 희생을 요구하면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며 “당이 책임 있게 먼저 나서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이 출마를 기정사실로 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출마 여부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는 배경은 대구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대구 공천이 곧 전체 공천의 성격을 규정할 정도로, 한국당에서 대구가 갖는 대표성은 크다. 인적쇄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대구와 같은 텃밭에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실제로 총선 때마다 물갈이 지역 1순위로 꼽혀온 대구는 초선 의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중량급 인사들의 대구행이 당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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