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3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관련 조사를 받으러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8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김지훈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4월 국회에서 벌어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태에 대해 7개월여 만에 검찰 조사에 응했다. 한국당은 불법 사·보임을 막기 위한 회의 진행 방해는 정당방위라는 입장이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일부 의원이 피선거권을 박탈당할 수도 있어 노심초사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13일 서울남부지검에 출석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한 권력을 장악하려는 여권의 무도함에 대해 역사는 똑똑히 기억하고 심판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 사태로 고발된 한국당 현역 의원이 수사에 응한 것은 나 원내대표가 처음이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달 검찰에 자진 출석했지만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한국당은 그간 “당 지도부가 책임지겠다”며 의원들의 출석을 막아 왔다.

한국당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회의 진행과 법안 접수를 방해하는 등 국회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패스트트랙 고발 사건의 수사대상 의원은 110명으로, 한국당 60명, 더불어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무소속 1명(문희상 국회의장)이다. 해당 의원들의 형이 확정돼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5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수사 결과에 따라 내년 총선의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한국당은 사법부가 사·보임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기소 자체가 성립이 안 돼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당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임의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오신환·권은희 위원을 사임한 뒤 채이배·임재훈 의원을 보임한 것, 문희상 의장이 이를 승인한 것 모두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검사 출신의 한국당 의원은 “상임위 소위원장을 본인 의사 없이 함부로 사·보임할 수 없다는 것은 국회에서 모두가 인정하는 일”이라며 “불법 행위가 진행 중이라면 못하게 제지하는 게 당연한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의원은 “이 문제는 정치 문제이기 때문에 사법 처리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사법부에서 불법 사·보임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재판에서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사·보임이 불법으로 인정되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협상 과정도 무효가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당 모 의원은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한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뒤에 일어난 과정은 무효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만약에 여당이 (다음 달에) 패스트트랙 법안을 강행처리한다면 한국당으로서는 들고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 의장은 공수처법 등 사법제도 개편안과 선거법 개정안을 다음 달 3일 이후 본회의에 부의해 표결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동물 국회’가 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당 재선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의원직 총사퇴를 당 지도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나 원내대표도 “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써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여권은 일제히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엄중 수사를 촉구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나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국당 모든 의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며 “국회 폭력을 뿌리 뽑을 마지막 기회라는 다짐으로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현 이가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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