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숨은 진주를 찾기 위해 매의 눈을 번득이기 시작했다. 바로 2차 드래프트다. 10개 구단은 지난 10일 40명의 보호선수 명단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했고, 다음 날 KBO로부터 다른 구단의 보호선수 명단을 받았다. 약점 보완을 위한 최상의 선수를 찾아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전의 날은 오는 20일이다.

李, 신인왕에 4년 연속 10승 이상


NC 다이노스 이재학(29)은 대구고를 졸업한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0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입단 첫해 첫 승을 거두긴 했지만, 이듬해 정규시즌 전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2011년 11월 첫 2차 드래프트가 개최됐다. 2라운드에 NC에 지명됐다. 이적 이듬해인 2013년 10승(5패)을 거두면서 신인왕에 등극했다. 2016년까지 4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뒀다. 그리고 올해 다시 10승 투수 반열에 올라섰다. 말 그대로 2차 드래프트의 신화를 작성했다.


박진우(29)는 2013년 NC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2015년 시즌이 끝난 뒤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2017년 말에는 2차 드래프트에서 다시 NC에 지명되는 보기 드문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올 시즌 9승을 챙기며 NC 마운드의 중심에 우뚝 섰다.


롯데 자이언츠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전력 보강에 성공한 구단 중 하나다. 2017년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롯데는 LG 트윈스 이병규(36)와 두산 오현택(34)을 지명했다. 이병규는 지난해 108경기를 뛰며 홈런 10개, 타율 0.273를 기록했다. 좌익수와 1루수를 보는가하면 대타 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오현택은 지난해 72경기에 나와 25홀드를 기록하며 홀드왕에 등극했다. 롯데는 2011년 2차 드래프트에서도 두산 김성배(38·은퇴)와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심수창(38·은퇴)을 데려와 즉시전력감으로 활용했다.


메이저리그 ‘룰5 드래프트’ 본따

2차 드래프트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룰5 드래프트’를 본따 만든 제도다. ‘룰5’는 메이저리그 선수선발규정 5항의 2차 드래프트를 일컫는다. ’룰5 드래프트’는 각 메이저리그 구단의 40명 보호선수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를 대상으로 하며 매년 12월 윈터미팅의 마지막날 진행된다. 재능있는 선수들을 마이너리그에 무작정 썩혀 두지 말자는 취지에서 시행됐다.

템파베이 레이스에서 뛰고 있는 최지만(28)이 바로 ‘룰5 드래프트’를 거친 장본인이다. 최지만은 2010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2016년 ‘룰5 드래프트’로 LA 에인절스에 지명된 뒤 빅리그에 데뷔했다.

보상선수 없이 1억·3억 현금 거래

한국프로야구 무대에는 2011년 도입됐다. 각 구단 보호선수 40명에 끼지 못한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당시 신생팀이던 NC의 선수 수급을 돕기 위한 측면이 강했다.

외국인 선수, 2년 차 이하 선수, FA 권리 행사 선수는 자동적으로 보호선수로 묶이기에 40명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된다. 2년마다 한 번씩 시행되는 2차 드래프트는 각 팀이 3명씩 영입할 수 있다. 신생 팀이었던 2011년의 NC와 2013년의 KT 위즈는 5명을 더 지명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2차 드래프트에는 보상선수 대신 곧바로 현금 거래가 이뤄진다. 1라운드 지명 구단은 원소속 구단에 3억원을 지급해야 하고, 2라운드는 2억원, 3라운드 지명 구단은 1억원을 줘야 한다. 2차 드래프트는 올 시즌 성적의 역순으로 3라운드로 진행된다.

다만 한 팀에서는 4명까지만 지명당할 수 있다. 2015년 세 번째 2차 드래프트까진 5명이었다가 4명으로 줄였다. 일부 팀에서만 선수가 무더기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4차례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총 117명이 팀을 옮겼는데 두산에서만 19명의 선수가 지명됐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화수분 야구’라는 평을 받고 있는 두산의 선수층이 그만큼 두텁다는 의미다. 반대로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는 6명으로 가장 적었다.

보호선수 축소…지명선수 완화 필요

2차 드래프트는 팀의 안정화를 해칠 수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있는 것 사실이다. 그러나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선수들에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구단의 입장에선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이나 트레이드 외에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루트가 된다. 도입 취지였던 전력 평준화에도 긍정적이다. 특히 양극화가 심했던 올 시즌을 보면 2차 드래프트 확대는 절실히다.

격년제가 아니라 ‘룰5 드래프트’처럼 매년 실시한다면 각 구단의 전력 강화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40명으로 제한된 보호선수의 경우도 순차적으로 줄여나간다면 효용성을 키워 나갈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3명까지 가능한 지명 제한도 완화한다면 금상첨화다. 800만 관중 시대가 붕괴된 한국프로야구다. 전력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으면 관중을 끌어모을 수 없다. 2차 드래프트 확대 등 다양한 자구책 마련에 직면해 있는 한국프로야구의 위기 상황이다.

김영석 선임기자 y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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