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제때 치료 못해 절뚝이는 6세 사크왓… 축구공 선물에 함박웃음

최하용·남상진 목사 방글라데시 선교 사역

국민일보·월드비전 ‘밀알의 기적’ 목회자 방문단이 지난달 22일 방글라데시 락삼의 아이고라 하지 알탑 고등학교에서 학교 관계자 및 학생들과 손하트를 그리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남양주 한마음교회 문진숙 사모와 남상진 목사, 한사람 건너 한누리교회 최하용 목사.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동쪽으로 138㎞ 정도 떨어진 락삼(Laksam) 지역. 지난달 28일 다카에서 차로 약 4시간 이동해 도착한 이 지역은 방글라데시에서도 낙후된 변두리다. 다카보다 빈민들의 중요한 생계수단인 ‘오토 릭샤’를 끄는 이들이 많았고, 여성들은 대부분 히잡으로 온몸을 가렸다.

락삼 주민들의 40%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소득 수준은 매우 낮다. 교육을 받지 못하고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조혼 등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해 비소에 중독된 이들도 많다. 지난달 21~25일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과 함께하는 ‘국민일보 밀알의 기적’ 캠페인을 위해 최하용(남양주 한누리교회) 남상진(남양주 한마음교회) 목사, 문진숙(한마음교회) 사모, 월드비전 김민숙 경기북부지역본부장 등 관계자들과 현장을 찾았다.

장애가 있는 어머니와 사는 타신

최 목사가 후원 아동 무하마드 타신 이슬람(2)군을 만나기 위해 락삼의 나사랏푸르 마을을 찾았다. 타신의 집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네 사람들이 마리골드로 만든 꽃목걸이를 일행에게 걸어주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이곳 사람들은 손님을 맞이할 때 환대의 표현으로 꽃목걸이를 선물한다. 그들은 최 목사가 타신을 만나는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큰 눈을 가진 타신은 어머니 타슬리마아크터(22)씨의 품에 안겨 있었다. 타신 모자는 외할머니 필자 베금(47)씨와 함께 산다. 타신의 아버지는 아내가 임신 3개월이었을 때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

두 여성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어머니는 7세 때 열병을 앓았으나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장티푸스에 걸렸다. 그 후유증으로 말을 하지 못하고 듣는 것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남편이 떠난 뒤 다른 집에서 가사 일을 하며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어렵다. 주로 구걸하며 먹거리를 구해오는데 마을 전체가 가난하다 보니 음식을 나눌 형편이 되지 않는다.

최 목사는 타신의 집을 본 뒤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줌의 빛도 없는 어두컴컴한 방이었다. 양철로 만들어진 집은 35도가 넘는 더위를 막지 못했다. 3평(9.9㎡) 남짓한 방에는 침대가 유일한 가구였다. 침대 옆에는 집기와 물건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부엌과 화장실은 이웃집과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고생이 많았네요. 집에 거미줄이 쳐 있고 마음이 아픕니다. 부부가 함께 아기를 키워도 힘든데 얼마나 힘드십니까.” 최 목사는 어머니를 위로하며 타신을 안았다. 타신의 이마에는 초승달 모양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어머니가 아들을 지켜달라는 의미로 새긴 것이었다. 최 목사는 “어머니가 우리 대화를 알아들으시는 것 같다. 타신의 눈이 예쁘다고 통역해달라”고 말했다.

타신의 외할머니는 “돈을 벌 수 없고 우리를 도울 이웃이 없다 보니 소망 없이 살았다. 우리 편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후원자를 보니 우리 편이 생긴 것 같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최 목사는 미리 준비한 옷과 모자, 신발, 가방, 장난감 등 선물을 타신에게 줬다. 타신의 옷을 새것으로 갈아입히고 토끼 모자도 씌워줬다. 장난감이 없던 타신은 최 목사가 준 레고 블록을 신기해하며 만지작거렸다. 최 목사는 타신의 손을 꼭 잡고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 타신에게 십자가 복음의 생명이 들어가게 하소서. 타신에게 하나님의 지혜를 부어주시고 건강하게 잘 자라 타신 때문에 이 땅이 복을 받게 하소서. 어머니가 아이를 잘 양육하도록 지혜와 권능을 주옵소서.”

락삼 바라이곤 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지난달 22일 학교 입구에서 팻말을 들고 한국에서 온 ‘밀알의 기적’ 방문단을 환영하고 있다.

잘 못 걷지만 축구 좋아하는 사크왓

남 목사 부부는 후원 아동 사크왓 호싸인(6)군을 만나기 위해 파싸아무르 마을을 방문했다. 하얀색 터번을 쓴 사크왓은 남 목사를 보자마자 자신의 후원자임을 직감한 듯 친숙하게 다가가 안겼다. 유독 눈빛이 맑은 아이였다. 남 목사는 아이를 번쩍 안으며 잘 알고 있는 사이처럼 다독여줬다.

사크왓은 부모님과 큰형, 두 명의 누나, 막내 여동생과 함께 산다. 가족 소개를 들은 남 목사는 “아이들이 참 예쁘고 잘생겼다”고 칭찬했다. 환한 미소를 보인 사크왓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었다. 생후 9개월쯤 열병이 났는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걷는 것이 불편하다.

빨간색 전통 옷을 입은 어머니 조이터널 네사(40)씨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는 “병원에서 사크왓이 듣고 말하는 건 가능하나 걷지는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수도 다카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하는데 그럴 형편이 안됐다”고 말했다.

사크왓의 누나들도 몸이 불편한 상태다. 둘째 아비다 술타나(13)양은 청각 장애를 갖고 있다. 사크왓처럼 걷는 것이 불편한 사비아 아크털민(7)양은 약간의 지적장애가 있다. 자녀 셋이 아프지만, 이 가정의 수입으로는 치료를 받기가 막막한 상황이다. 아버지 엠디아불 바샤르(50)씨는 소작농으로 다른 사람의 밭에서 곡식을 추수하거나 심는 일을 돕고 있다. 그나마 1년 중 3~4개월만 일할 수 있을 뿐이다. 나머지 기간에는 불규칙하게 이런저런 일을 하며 돈을 번다.

사크왓은 몸이 불편해도 공을 차고 축구 경기를 하는 게 가장 재밌다고 했다. “다른 친구에 비교해 잘 못 걷는 게 슬퍼요. 넘어지지 않고 재밌게 공을 차는 친구들이 그저 부러워요. 겉으론 웃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아요.” 그의 환한 웃음이 쓸쓸하게 보였다.

사크왓의 어머니는 문진숙 사모의 손을 꼭 잡으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는 “아픈 아이들을 제대로 치료해주지 못해 늘 미안했다”면서 “아무런 희망이 없던 우리 가정에 후원자가 생겨 마을에 자랑거리가 생겼다.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이제 희망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 목사는 사크왓에게 책가방 학용품 과자 장난감 옷 축구공 등을 선물했다. 사크왓은 새 축구공을 갖고 뛰어놀 생각에 신이 났다.

“사크왓 어머니의 눈물을 기억하시는 하나님, 그녀의 눈물을 씻어주시고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 가정을 회복시켜 주옵소서. 사크왓을 다시 만날 때 건강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남 목사 부부의 기도는 간절했다.

락삼에서는 현재 3650명의 아동이 한국월드비전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월드비전 락삼ADP(지역개발센터)는 보건영양 식수위생 교육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아이고라 하지 알탑 고등학교 타판 찬드라 교장은 “월드비전 방글라데시는 종교를 뛰어넘어 정의롭게 이 지역을 돕고 있다”면서 “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교실의 확충과 안전한 식수시설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최하용 한누리교회 목사
“영적으로도 어두운 지역… 주님 마음으로 도울 것”


최하용 목사가 지난달 22일 락삼 나사랏푸르에서 후원 아동 무하마드 타신 이슬람 군 모자와 함께 했다.

“방글라데시가 성경에서 말하는 땅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님께서 후원 아동 타신과 방글라데시를 향한 긍휼한 마음을 부어주십니다.”

최하용 경기도 남양주 한누리교회 목사는 13일 전화 인터뷰에서 후원 아동을 만난 뒤 이 땅을 위해 더 기도하게 됐다고 했다. 최 목사는 “너무 열악한 상황에서 타신이와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면서 “영적으로도 어두운 지역이지만 인연이 닿았으니 주님의 마음으로 돕고 싶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방글라데시에서 사역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의 헌신을 보면서 영적 도전을 받았다. “락삼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물이 대체로 깨끗하지 않아 물을 마시는,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여러 환경에 낙심하지 않고 주님께 소망을 두며 차세대 지도자들을 세우는 선교사님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사 43:19)라는 말씀처럼 하나님이 이 땅에서 일하실 것을 기대합니다.”

한누리교회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파송한 선교사 18명을 후원하고 있으며, 성도들과 함께 선교지를 섬기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락삼의 마을과 학교에서 본 어린이, 청소년들을 보니 가난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아이들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니 방글라데시 땅에 소망이 있다는 걸 확신합니다.”

▒ 남상진 한마음교회 목사
“강도 맞은 이 돕듯…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 전할 터”


남상진 목사가 지난달 22일 락삼 파싸아무르에서 만난 후원 아동 사크왓 호싸인군을 안아주고 있다.





“후원 아동 사크왓은 똘똘하고 방실방실 잘 웃는 아이였어요. 몸이 아프지만, 누군가 조금만 뒷받침해주면 잘 자랄 수 있는 친구인데 그동안 그럴 여건이 안됐죠. 하나님께서 이 아동을 연결해주신 것 같습니다.”

남상진 경기도 남양주 한마음교회 목사는 13일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달 진행된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과 함께하는 ‘국민일보 밀알의 기적’ 캠페인을 통해 많은 은혜를 받았다고 했다.

“강도 맞은 이가 있다면 도와줘야죠. 배고픈 사람에게는 떡을 주고 아픈 사람이 있다면 낫도록 도와야죠. 이슬람 국가라 하나님 이야기를 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사랑이 전해져야 복음도 함께 전달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태복음 5장 16절 말씀처럼 하나님의 따뜻한 사랑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한마음교회도 한누리교회처럼 평소 선교를 많이 하는 교회다. 필리핀 아프리카 등 사역지 지원뿐 아니라 남양주 희망케어센터를 통해 난치병 환자의 치료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섬김 활동을 하고 있다.

“저도 어릴 때 몸이 약해서 어른들이 걱정하셨다고 해요. 어머니의 정성스러운 돌봄과 헌신 덕분에 건강을 되찾았죠. 제가 받은 사랑을 나누려고 합니다. 후원 아동 사크왓이 소망 가운데 잘 자라고 건강도 되찾길 기도하겠습니다.”

락삼(방글라데시)=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