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 쿠르드족 10명 중 1명은 크리스천이다

[세계교회 점 잇기 <9>] 터키 침공으로 위기 처한 쿠르드족

레바논에 거주하는 쿠르드인 수백명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베이루트의 유엔 서아시아경제사회위원회(ESCWA) 건물 앞에서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군사작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 참가자가 시리아 내 소수 크리스천 쿠르드인을 공격하는 터키를 비난하고 있다. AP뉴시스

터키가 지난달 9일(현지시간)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동부 시리아를 침공했다. 작전명은 ‘평화의 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철수 명령을 내린 지 3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터키와 시리아가 대치 중인 이 지역에는 미군이 쿠르드족을 지지하며 주둔하고 있었다. 터키는 테러조직으로 간주하는 쿠르드족 군사시설을 목표로 했다고 주장했지만,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터키군의 공격으로 11일 동안 30만명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200명 이상의 민간인이 희생됐다고 보고했다.

중동지역 크리스천의 종교자유와 평화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인 디펜스 오브 크리스천’(IDC)이 같은 달 11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이번 침공의 희생자 가운데 적어도 3명은 크리스천이다. IDC는 터키가 공격한 마을들이 크리스천 인구의 비율이 높은 곳이며 국제사회가 터키의 무차별 공격을 막지 못하면 미군과 쿠르드·크리스천 동맹이 극단주의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로부터 지켜내고자 했던 이 지역 기독교의 뿌리가 뽑혀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시리아 북부에 사는 크리스천은 4만~5만명으로 추산된다.

쿠르드족은 터키 시리아 이라크 이란 국경 지역에 산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1920년대에 쿠르드족이 살던 곳에 국경선이 그어져 네 개의 나라로 나뉘었다. 쿠르드족이 이 네 나라에서 소수가 된 이유다. 쿠르드족은 중동에서 아랍인 튀르크(터키)인 페르시아인에 이어 네 번째로 수가 많은 민족이며 하나의 언어를 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과 중동 국경이 재편되는 과정에 국가를 이루지 못한 비극이 오늘날 쿠르드족이 겪는 고통스러운 역사를 낳았다. 이 지역 쿠르드족 인구는 3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4개국 외에 러시아 유럽연합 등지에 사는 이민자·피난민까지 합치면 전 세계 쿠르드족 숫자는 훨씬 많다.


터키의 이번 공격에 항의해 세계 각지의 쿠르드인들이 시위를 벌였다. 지난달 11일 레바논 유엔빌딩 앞 시위에선 터키가 크리스천을 공격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왔다. 레바논은 중동에서 유일하게 시아파와 수니파 이슬람교 신자 비율(28%)이 대등하며 기독교 인구 비율(36%)이 가장 높아 수 세기 동안 종교박해의 피난처가 돼왔다. 레바논에 사는 쿠르드인들에겐 시리아 북동부의 소수 크리스천 동포들이 더욱 눈에 밟혔을 것이다. 시리아는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네 나라 가운데 크리스천 인구의 비율(10%)이 가장 높다.

쿠르드인의 조상은 성경에 나오는 메대(고대 이란)인으로 알려져 있다. 메대 사람 다리우스 왕은 사자 굴에 넣은 다니엘을 지켜주신 하나님을 알게 됐으며, 오순절 성령강림 때에도 메대 사람이 있었다. 열왕기 에스더서 예레미야서에도 여러 차례 언급된다. 메대인이 곧 쿠르드인이라 보기는 어렵겠으나, 7세기 이후 이슬람 지역이 된 이곳에는 쿠르드 기독교의 자취가 이어진다. 탐험가 마르코 폴로도 13세기 모술 산악지역에 사는 쿠르드족의 일부는 크리스천이고 일부는 무슬림이라 썼다.

시리아 내전을 피하다 터키 해변에 홀로 죽은 채 발견된 알란 셰누(아일란 쿠르디)의 모습은 우리에게 쿠르드족에 관한 강렬한 잔상으로 남아있다. 대부분 수니파 이슬람 신자인 쿠르드족이 오늘날 겪는 시련은 종교적이기보다는 지리정치적이다. 나라가 없어 서러운 역사가 반복되는 가운데 극소수인 크리스천 역시 어려움을 당하고 있다. 미전도종족으로 구분되는 쿠르드족의 단 한 사람에게라도 더 복음이 가 닿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000년 동안 실오라기처럼 신앙이 이어진 그곳 형제자매들도 기억해야겠다. 그들이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미래가 가까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곳에 분쟁을 정화할 ‘평화의 샘’이 솟을지 상황은 아득하기만 하다.

박여라 영문에디터 ya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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