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을 앞두고 폐허가 된 아현동 지구의 한 담벼락 모습.

“조합원 400여명 중 남아있는 사람(원주민)은 10%도 안 된다. 투기꾼들만 판을 친다. 30여년을 시장에서 장사하며 방 한 칸 겨우 마련해 살아왔는데, 소득도 없는 지금 갑자기 2억원이 넘는 추가부담금에 200만원 가까운 재산세를 어떻게 감당하겠느냐”

서울의 한 재개발단지 조합원(72·여)의 원망 섞인 울분이다. 이처럼 서울을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원주민인 조합원들을 내몰고 있다. 안전하고 안락한 주거환경 구축이라는 사업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도 해당지역민들이 재정착하는 공식적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서울의 경우 20~30% 수준으로 추산할 뿐이다. 부동산전문가인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20%, 서울시는 27~8%,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은 25%로 보고 있다. 더 낮아지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5명 중 4명이 평생 살던 터전에서 쫓겨나고 있는 셈이다.

재정착률이 낮은 이유로는 높아진 분담금과 재산세 등이 거론됐다. 재개발단지 한 조합원은 “조합원 딱지(재개발 아파트 입주권) 판매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건설사의 부도로 재건축기간이 늘어나며 조합원이 부담해야하는 분담금도 2배로 늘어난데다, 공시지가가 문 정부 들어 급증하며 재산세도 크게 늘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라고 하소연했다.

재산세의 경우 국감기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공개한 ‘최근 3년간 주택분 재산세 과세현황’에 따르면 상한선인 30%(공시가격 6억원 초과기준)까지 재산세를 내는 가구가 2017년 5만370가구에서 2019년 28만847가구로 5.6배 증가했다. 부과된 재산세는 같은 기간 317억3678만원에서 2747억8000만원으로 8.7배 늘었다. 가구당 부담은 약 63만원에서 98만원으로 1.5배 많아졌다.

김상훈 한국당 의원은 이같은 현황을 두고 “재산세 인상은 일정한 소득이나 현금이 없는 고령자 가구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며, 전월세 세입자에게도 임대료 인상 등을 통해 세금 상승분을 전가시킬 가능성이 높다”면서 “실수요자나 장기거주자에 대한 선별적 세부담 경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가격도 원주민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 ‘주거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몰림)’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현아 의원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부동산가격으로 원주민이 생활터전을 잃고 변방으로 쫓겨나는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면서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도 정부나 지자체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국토부나 서울시는 ‘주거 잰틀리피케이션’ 현상 악화에도 마땅한 대책 없이 손을 놓은 모습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원주민들의 재정착률을 산출하긴 사실상 어렵다”면서 “(재정착률을) 높여야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주택공급문제부터 환경개선을 위한 비용을 누구에게 얼마나 부담시켜야하는지 등 여러 문제가 엮여있어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또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의식주를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주의가 돼야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무주택 세입자에 대한 지원조차 완벽하다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택소유주에 대한 문제까지 고민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장기적으로 국토부와 함께 고민을 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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