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앉은 사람
오래전에 버려진 약속
자그마한 소리로 중얼거리며
날이 저문다

해가 지고서도 한참 동안을
흐린 먹물 빛으로 발밑을
더듬적거리다 간다

어머니, 어머니
지금 어디쯤 계셔요?
울고 있는 이 아들이
보이지 않으시나요?

서편 하늘에 걸려 나부끼는
핏빛 노을
누군가 남긴 마지막 시처럼
곱고도 붉다

나태주의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중

시인은 2007년 병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고, 이듬해에 투병의 기록을 담은 책 ‘꽃을 던지다’를 발표했다. 최근 출간된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는 이 책의 개정판이다. 3부로 구성된 책의 마지막 챕터에는 시인이 병상에서 쓴 시들이 모여 있다. ‘가을 들길’에서 시인은 울면서 어머니를 부르는데 어떤 대답도 들리지 않는다. 그는 개정판 서문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이 책이) 힘들게 앓고 있는 분들에게나 하나님에 대한 의심으로 괴로워하는 분들에게 조그만 길잡이라도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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