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빌어먹을 멍청이(f---ing moron)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초 한 회의에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한 뒤 회의실을 나가자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이 했다는 말이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 쓴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 나오는 내용인데 여러 경로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트럼프는 나중에 틸러슨을 ‘돌 같은 멍청이(dumb as a rock)’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책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2017년 7월 20일 오전 10시 국방부청사 펜타곤의 탱크(보안시설을 갖춘 합참 회의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트럼프는 “한 해 35억 달러를 쓰면서 2만8000명의 병력이 (한국에) 있다니, 그 병력이 왜 거기 있는지 모르겠다. 모두 이리 데려오자”고 말했다. 트럼프는 2018년 1월 19일 국가안보회의에서도 “우리가 한반도에 엄청난 병력을 주둔시켜서 얻는 게 뭐냐”고 말했다. 참모들은 기를 쓰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했다. 예를 들어 북한 미사일 발사를 탐지할 때 알래스카에서는 15분 걸리는데, 주한미군은 7초밖에 안 걸려 미 본토 방위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 등이다. 한국은 미국이 특별접근 프로그램을 운영해 극도로 민감한 북한 군사정보 등을 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모두 주한미군 덕분이다. 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이 돈만 따지면서 이해하려 하지 않자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은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겁니다”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트럼프가 핵전쟁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는 경고였다. 참모들은 주한미군의 정보력과 군사력이 없으면 전쟁 억제 능력이 떨어지고, 전쟁이 나면 북한이 핵을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도 설명했지만 트럼프는 돈 얘기만 했다.

방한 중인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최근 주한미군 철수론을 꺼냈다. 그는 “보통의 미국인들은 전진 배치된 주한·주일미군을 보면서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그들이 왜 거기에 필요하며 얼마나 비용이 드나. 이들은 아주 부자 나라인데 왜 스스로 방어할 수 없느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성화에 못이겨 미군 수뇌부까지 안보가 아닌 돈의 논리로 장사꾼처럼 말한 것이다. 방위비 협상을 위한 압박용일 수 있지만 미국이 만에 하나 주한미군을 철수시킨다면, 그리고 북핵 협상마저 최종 결렬된다면 우리에게 남는 옵션은 뭘까. 벌써부터 독자적 핵무장론이 나오는 이유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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