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회사 옆에 올봄 16층짜리 새 오피스텔이 완공됐다. 분양을 했으니 상가점포마다 주인이 달라서 제각기 임대를 했을 텐데, 누가 지휘라도 한 것처럼 비슷한 가게들이 입점했다. 새 건물이 늘 그렇듯 임대차를 중개할 부동산이 먼저 들어섰고 유동인구를 끌어모을 편의점이 생기더니 1층 상가를 빙 둘러 줄줄이 커피점이 문을 열었다. 커피를 아주 싸게 파는 커피점, 빙수를 함께 파는 커피점, 샌드위치를 곁들인 커피점, 스페셜티 커피를 내세운 커피점…. 시장 포화로 커피점 폐업률이 갈수록 높아진다는데 신규 창업자가 이렇게 많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요즘 같은 자영업 불경기에 달리 마땅한 것도 없겠다 싶어 안쓰러운 마음도 든다.

회사 1층의 스타벅스를 놔두고 굳이 옆 건물로 커피 사러 가는 까닭은 물론 값이 싸기 때문이지만, 아침에 이 가게에서 한 잔, 점심에 저 가게에서 또 한 잔씩 사는 것은 이 골목 상인들이 비싼 임대료를 버텨내기 바라는 작은 응원이기도 했다. 그렇게 드나들던 건물에서 언제부턴가 커피 가게들 앞에 놓여 있던 야외 테이블이 사라졌다. 건물과 인도 사이의 꽤 널찍한 공간은 노천카페로 제격이라 점심마다 직장인들이 몰려들었는데, 구청에서 단속을 나왔다고 했다. 관광특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정한 곳 외에는 옥외 영업을 금지한 규제 탓이었다. 인도를 침범하지 않으니 보행에 지장을 줄 리 없고, 야외에서 조리하지 않으니 위생 문제도 없고, 점심시간에나 손님이 몰리는 터라 소음 불편도 딱히 없는데 딱딱한 규제는 이런 사정을 고려해주지 않았다. 커피점들은 기껏 마련한 야외 테이블을 가게 옆에 접어놓고 여름과 가을을 보냈다.

정부가 지난 13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열어서 이 규제를 풀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옥외 영업을 전면 허용하고 위생 등 문제가 있을 때만 제한키로 했다. 이렇게 작은 규제도 ‘경제활력’이란 거창한 명분을 들이대야 겨우 풀리는 현실이 씁쓸하지만, 아무튼 자영업 환경이 조금은 나아질 테니 다행스럽다. 내년 봄에 날이 따뜻해지면 색다른 노천 풍경이 많이 등장하기를, 정부의 규제 개혁도 훨씬 더 과감해지기를 기대한다. 그나저나 봄철 미세먼지가 줄어야 옥외 영업도 활기를 띨 텐데, 미세먼지 대책은 어찌 되고 있는 건지….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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