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켄트(왼쪽) 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와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리대사가 13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 공개 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는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청문회 이후 21년 만에 TV로 중계됐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수사하라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직접 압박한 정황이 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수사를 종용한 이튿날 현지에 출장을 나가 있는 미국 고위 외교관과의 통화에서 수사 진행 상황을 캐물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직접 관여했음을 암시하는 정황 증거는 3건으로 늘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리대사는 13일(현지시간) 처음 열린 공개 청문회에서 지난 7월 26일 트럼프 대통령과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키예프를 방문했던 선들랜드 대사는 우크라이나 관리들과 논의한 내용을 보고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테일러 대리대사는 선들랜드 대사를 수행했던 관리에게서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증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선들랜드 대사에게 “수사가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고 물었고 “우크라이나 측은 (수사를)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답을 들었다. 선들랜드 대사를 수행했던 관리는 통화 후 대사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현안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물었고 선들랜드 대사는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에 더 관심을 갖는다. 이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밀어붙이는 사안”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대화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통화한 다음날 이뤄졌다. 테일러 대리대사는 지난달 22일 비공개 청문회에서는 이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 정보를 알게 된 시점이 지난 8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테일러 대리대사의 증언을 듣고 “탄핵 사유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직접 연루됐다는 정황은 이전까지는 2건 알려졌다. 그는 지난 5월 23일 선들랜드 대사와 커트 볼커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대표 등을 백악관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는 루디(줄리아니 전 시장)와 상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7월 25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직접 종용한 사실은 녹취록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테일러 대리대사는 당시 상황을 전해준 인물을 밝히지 않았으나 미국 언론들은 데이비드 홈즈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관 정무참사라고 지목했다. 홈즈 참사는 15일 하원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통화 당사자인 선들랜드 대사는 오는 20일 공개 청문회 출석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금시초문이다.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하느라 바빠 청문회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지만 공화당 의원들과 측근들이 올린 청문회 관련 언급을 무려 20여 차례나 리트윗했다. CNN은 “바빠서 청문회에 관심을 기울일 수 없었다는 대통령이 어떻게 청문회 증언 관련 리트윗을 할 수 있느냐”며 “복제인간을 만들었거나, 하위직 직원에게 트위터 계정 관리를 맡겼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비꼬았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