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은 끝났다. 평소보다 점수가 많이 나왔다면 기쁨을 잠시 만끽해도 좋다. 다만 흥분이 오래 가선 곤란하다. 평소보다 저조한 성적이 예상되더라도 낙담하기엔 이르다. 중요한 건 목표 대학 합격이지 수능 점수 자체가 아니다. 입시 2라운드가 기다리고 있으니 마음을 다잡는 자세가 현명하다. 자신의 성적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꼼꼼하게 지원 전략을 세우면 목표 대학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가채점은 신속하게

수능이 끝나면 이후 대입 일정은 빠듯하게 흘러간다. 그래서 가채점은 최대한 신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 수험표 뒷면 등을 활용해 자신이 기재한 답을 적어 나왔다면 편하지만 기억에 의존해야 한다면 가급적 빨리 가채점을 마무리하도록 한다. 어떤 답을 썼는지 헷갈리는 경우라면 틀린 것으로 간주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채점해야 전략을 수립할 때 오차가 줄어든다.

가채점을 통해 알 수 있는 원점수나 원점수 총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게 원칙이다. 원점수는 수험생의 상대적 위치를 가늠하기 위한 참고자료일 뿐이다. 다음 달 4일 발표되는 수능 성적에는 영역별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이 나오지만 원점수는 표시되지 않는다. 실제 대학에서도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을 학생 선발에 활용한다.


수험생들은 가채점을 토대로 첫 결정을 내려야 한다. 수시 대학별고사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일이다. 수능 직후 주말인 16일부터 건국대 경희대 단국대 동국대 서강대 성균관대 등 여러 대학에서 대학별고사를 실시한다. 수시에서 어느 한 군데라도 합격하면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정시에 응시할 수 없다. 이른바 ‘수시 납치’를 당하고 땅을 칠 수 있다.

수험생 입장에선 답답한 일이다. 원점수로는 상대적 위치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정보를 여기저기서 끌어모아야 하는데 교육 당국에서 나오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선택에 따른 책임은 온전히 수험생의 몫이다. 교사든 사설 입시기관이든 가용한 정보를 최대한 끌어모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수시에서 지원해 놓은 대학이 정시에서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대학별고사 응시 자체를 포기하는 것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대학별고사를 치르지 않는 방식으로 수시 합격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다.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는 “(대학별고사 포기는) 매우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 수험생이 수시에서 상향 지원하는 만큼 수능 점수가 평소보다 많이 나왔어도 정시 지원 가능 대학이 수시 지원 대학보다 상위권인 경우가 많지 않다”며 “정시는 모집군별 지원 성향, 경쟁률, 수능 영역별 활용 방법 등으로 합격선 변동이 심하고 올해는 특히 졸업생 영향력이 커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소보다 성적이 낮게 나왔다면 대학별고사에 집중해야 한다. 고려해야 할 변수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다. 최근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많은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이 불투명할 경우에는 일단 응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대학별고사 경험도 앞으로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정시전략도 수립해야


다음 달 4일 수능 성적이 발표되면 정시 원서접수 시작일인 26일까지 정시 지원전략을 짜야 한다. 자신이 받아든 성적표를 목표 대학들의 수능 활용방식과 매칭해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이 합격 가능성을 높인다.

대학마다 수능 점수 활용법은 다르다. 같은 대학이라도 모집단위(학과, 학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국어 수학 영어 탐구 등 4개 영역을 모두 반영하거나 국어 영어 필수에 수학 또는 탐구 가운데 1개를 선택하기도 한다. 특정 영역에 가중치를 부여하기도 한다. 절대평가로 등급만 주어지는 영어 영역도 대학마다 점수 산정 방식에 차이가 있다. 등급별로 일정 점수를 부여하는 대학도 있고 가점 혹은 감점 방식을 적용하는 등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똑같은 점수를 받았더라도 지원하려는 대학이나 모집단위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경희대의 경우 문과대학 외국어대학 간호학과(인문)가 포함되는 인문계열은 ‘국어 35%+수학나25%+영어15%+사회탐구20%+한국사5%’로 합격자를 가른다. 정경대학 경영대학 한의예과(인문)가 속한 사회계열은 ‘국어25%+수학나35%+영어15%+사회탐구20%+한국사5%’로 점수를 산출한다. 총점이 같더라도 국어 성적이 좋을 경우 인문계열, 수학 성적이 좋을 경우 사회계열이 유리하다.

따라서 자기 성적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타깃을 분명하게 설정해야 합격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지원하려는 대학의 수능점수 활용 방식을 유형별로 정리해 자신에게 맞는 조합을 찾도록 한다. 반영 영역 수, 탐구영역 반영 과목 수, 영어 반영 방법, 가산점 방식, 지정 과목 유무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런 작업을 거쳐 지원 가능 대학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요약·정리해 놓으면 준비는 거의 마쳤다고 보면 된다.

정시 지원전략이 세워졌다면 지원하려는 대학의 원서접수 마감일자 및 시간 등을 꼼꼼하게 챙겨놓도록 한다. 잘못된 정보 탓에 원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당황하거나 의도와 다른 지원을 해야 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정시 원서접수는 오는 26일부터 31일까지 대학별로 일정이 다르다.

여유가 있다면 지원 대학의 최근 동향을 점검해 놓으면 도움이 된다. 정시는 의외로 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그 변수들이 당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각 대학의 전형 방식에 따라 수험생들이 지원을 기피하거나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학별 전형 요강과 모집군별 특징을 고려해 올해 지원자들의 동향을 예측해보는 것도 좋다. 경쟁률 정보뿐 아니라 대학별 모집단위별 추가 합격자 비율도 점검해놓으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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