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분양가 상한제 등 잇따른 부동산대책에도 서울 집값 안정엔 역부족
베를린시 사례 참고해 실거주자 위주 정책 확대하고
다주택자 보유세 대폭 강화해 투기 수요 차단해야


얼마 전 보도된 독일의 부동산 정책에 눈길이 갔다. 베를린시가 주택 임대료를 5년간 동결키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임대료가 2배로 폭등해 세입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베를린시 연립정부는 임대료 동결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베를린시 임대료 법안’을 보면 베를린 시내 주택의 임대료는 지난 6월 기준으로 5년간 동결되며 2022년부터는 물가상승률(약 1.3%) 정도만 인상이 허용된다. 적용 대상은 2014년 이전 지어진 주택(약 150만채)이다. 임대료 동결은 주택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조치이지만 세입자에게는 단비 같은 정책이다. 그런데도 독일이 이런 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한 것은 주택 소유권보다 주거권을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베를린시의 이번 결정은 사유재산권이 신성불가침 영역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유재산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공익상 필요에 의해 제한될 수 있고, 그래야 한다.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등도 임대료를 동결하거나 인상폭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거나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주거권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 가운데 하나다. 우리 헌법에도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주거권 보장을 국가의 책무라고 못박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어섰지만 자기 집이 없거나 비싼 임대료 때문에 적정한 주거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는 집값이 치솟아 서민들은 내집 마련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니 전월세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결혼 적령기인데도 주거비 부담 때문에 결혼을 미루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부동산 대책을 잇따라 쏟아냈지만 집값 안정에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9·13 대책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는가 했던 서울 집값은 지난 6월 이후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규제 지역을 발표했지만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이달 둘째주(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보다 0.09% 오르며 2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부동산 부자 동네로 꼽히는 서울 강남 4구가 0.13% 올라 상승세를 주도했다. 정부가 강력한 대책이라고 자평했지만 분양가상한제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는 무주택자들에게 시세보다 싸게 내집을 마련할 기회를 제공해주는 정책이다. 사실 집값 안정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낮은 가격에 분양받은 아파트는 시간이 흐르면 주변 시세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 공급 부족을 초래해 오히려 인기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거주 2~3년, 10년 전매제한 등의 조건을 달았지만 ‘로또 분양’을 노리는 무주택자들의 청약 쇄도로 부동산 시장 과열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은 11% 이상 올랐다.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부동산 불패 신화를 깨기에는 역부족이다.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부동자금이 그나마 안전한 자산으로 인식되는 부동산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 급등은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을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소득 불평등의 원인이 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부동산에서 발생한 양도차익은 2017년 기준 85조원이다. 부동산 임대소득도 총 19조209억원이나 된다.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소수에 집중되면서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좀더 과감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시세 차익을 노리는 세력에게 불이익을 주고 실거주자에게는 유리한 정책들을 확대해야 한다. 공시가격 현실화와 보유세 인상 등을 추진했지만 집값을 안정시키기에는 미흡하다. 외국에 비해 낮은 부동산 보유세를 현실화하는 게 정공법이다. 선진국의 부동산 실효 보유세율은 0.9%인데 비해 우리는 0.2%에 불과하다. 집값 상승의 주범인 다주택자에게는 더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 3주택 이상은 실거주 목적의 보유라고 할 수 없다.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을 담은 9·13 대책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소폭 하락에 그치고 거래는 격감했던 것은 다주택자들이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버티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확대할 필요가 있다. 보유세 강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확대를 과감히 추진하지 않으면 집값 상승에 베팅한 세력의 시장 교란을 막을 수 없다. 실거주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야 한다. 소유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거권을 중시해 임대료 동결을 결정한 베를린시의 결단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논설위원 rdchul@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